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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시대 통상3.0] ① 새정부 통상로드맵 핵심은 '린치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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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산업부 이관 통상정책 의미와 향후 전망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FTA(자유무역협정) 불모지였던 한국이 어느새 47개국과 FTA를 체결하며 통상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그간 통상전략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비판과 양적 성과에만 집착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얻은 무역확대라는 성과물도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의 통상정책은 또다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외교통상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통상 정책의 축이 바뀌며 새로운 통상전략이 예고된다. 우리나라가 근대화된 통상전략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90년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계기로 한 1세대 통상, 외교부의 통상교섭본부가 주축이 됐던 2세대 통상을 거쳐 이제 산업통상형 체제를 의미하는 3세대 통상으로 버전이 업그레이드됐다. 뉴스핌은 박근혜정부가 추진중인 3세대 통상의 의미와 목표, 부처 간 이해관계, 한·중FTA 등을 중심으로 새 정부의 통상전략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註]

[뉴스핌=홍승훈 기자] 이제는 대중화됐지만 서민 누구나 손쉽고 싸게 와인을 살 수 있게 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고급 술로만 여겨졌던 와인은 2003년 칠레와의 FTA 체결로 사실상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유럽, 미국 등과의 FTA로 더 싸고 다양한 와인이 유입, 칠레산 와인 인기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FTA 효과의 부산물임은 분명하다.

자동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부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벤츠, 폭스바겐 등 굴지의 수입차들이 국내에서 대중화 붐을 일으킬 무렵 유럽, 미국과의 FTA 체결은 수입차 확산에 도화선이 됐고 이제는 웬만한 국산 중형차 값에 수입차를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동네 마트나 시장의 야채와 과일, 생선은 이보다 더하다. 값싼 중국산, 동남아산, 미국산 물건이 넘쳐난다. 이 또한 통상(通商) 개방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통상 이슈가 서민 생활과 직결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길게 보면 조선시대 흥선대원군과 구한말 한미통상 이슈가 있지만 서비스와 무역규범 등을 포함한 통상이슈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때부터다.

세계 무역전쟁이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에서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출범, 1994년 WTO 체제로 전환되는 시기에 한국은 과거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외교부, 재정경제부, 농림부 등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사방에서 날아드는 통상 이슈 대처에 급급했다. 이 때가 통상 1세대다.

이후 1세대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1998년 외교부의 통상교섭본부가 통상 주무부처로 부상했다.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한-미, 한-EU 등 굵직한 FTA가 체결된 시점이다. 통상체계를 외교통상부에서 맡아 글로벌리 '적극적' 통상전략을 펼쳤던 시기다.

이후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통상정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많은 논란 속에서 외교부의 통상기능은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됐다. 이른바 3세대 통상이 시작된 것. 산업형 통상체계 중심의 '신통상 로드맵'. 지금 한국의 통상정책은 변곡점에 서 있는 상황이다.

◆ 외교→경제, 개방→협력, 선진국→신흥국 전환

통상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 들어 통상의 축이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바뀌면서 최근 10여 년 한국의 통상정책에 몰고올 변화의 바람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과거 '외교'에서 '경제'로, '개방'에서 '협력' 중심으로의 통상정책 전환을 예상했다.

김영무 산업부 FTA교섭국장은 "신통상 로드맵의 핵심은 린치핀(linchpin, 핵심축)"이라며 "통상 2세대의 키워드가 '허브'였다면 이제는 '린치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린치핀이란 쉽게 말해 아파트 역세권과 비슷한 의미로 보면 된다. 모든 물류와 서비스가 한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국장은 "자원없는 나라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이것이다. 한중 FTA가 린치핀 역할을 확대하는데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시장개방과 교섭' 중심의 통상전략도 이제는 상대국과의 '산업협력과 경제'를 먼저 고려한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황규연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지금까지 상대국을 '개방'하는데 치우친 측면이 있는데 앞으로는 '협력'에도 같은 무게를 두고 통상정책이 추진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우리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개도국이나 FTA 후발국에 개방만 요구함에 따라 그들이 갖게 되는 피해의식으로 인해 협상의 한계점이 노출되면서다.

황 국장은 "우리의 노하우와 역량을 개도국에 접목해 그쪽의 마음을 열고 우리기업들 역시 그곳에서 사업기회를 만드는 경제협력 중심의 FTA '윈-윈' 전략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산업부는 최근 신통상 로드맵을 통해 과거 거대경제권 위주의 통상전략을 신흥국 맞춤형 통상협력모델로, 분절적 통상체계를 교섭-이행-대책 일원화 전략으로, 정부 주도의 접근을 민관협업과 소통을 거친 대승적 통상전략으로 방향을 잡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통상전문가들 "통상부처 이관, 큰 변화 예고"

외부 통상전문가들 간에도 박근혜정부의 신통상 로드맵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지금까지 개방율을 높이고 FTA 체결 건수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실질적인 경제 이득이 얼마나 되는지가 통상정책과 교섭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과거 속전속결 방식보다는 속도가 더뎌지겠지만 내실은 더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상대국과의 FTA 교섭시 북핵 안정, 동아시아 영향력 확대 등의 정치 외교적 관계가 또 하나의 주요 논거로 작용했다면 앞으로는 경제적 논거가 중심이 될 것이란 얘기다.

김 박사는 "통상 주무부처의 이관으로 과거처럼 '개방이 능사'라는 기본 마인드에 변화가 예상된다"며 "국내 산업을 충분히 고려한 경제관점의 접근으로 기업들이 FTA를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정부 뜨거운 감자였던 한미FTA를 반대했던 전문가들 역시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한 수 접는 모양새다. 과거 외교부의 '협상 체결 만능주의'를 벗어나 산업부 관료들의 중상주의적 접근방식에 대한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FTA 반대론자로 알려진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통상부처를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바꿀 때 찬성한 이유는 산업부의 중상주의적 마인드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산업부 역시 재벌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구사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결국 농어민이 FTA의 봉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는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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