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최태원 SK 회장 공판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당초 선고 연기와 변론 재개를 진행했지만 재판부는 오는 29일 마지막 변론을 끝으로 선고공판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이번 변론 재개에서 가장 변수로 주목돼 온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증인신문이 기각돼 남은 법리공방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최 회장 측은 아직 증인 신문의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적 관측도 놓지 않는 분위기다.
28일 SK그룹 안팎에서는 지난 27일 최 회장 형제 등의 공판에 따른 의미 분석에 분주하다.
당초 변론 재개는 김 전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되면서 여기에 따른 증인신문을 위한 절차로 해석돼 왔다. 때문에 김 전 고문에 대한 재판부의 증인 채택 기각은 최 회장 측에 적잖은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최 회장 측은 그가 직접 단독 범행을 진술할 경우 판결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해왔다.
최 회장의 변호인인 지평지선의 이공현 변호사는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원홍 증인 채택이 기각돼 매우 아쉽다”며 “재판부의 증인 기각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긍정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변론 재개의 주요 이유가 됐던 공소장 변경으로 인해 이전에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김 전 고문이 공범으로 언급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번 공소장 변경이 양형이나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상대적으로 김 전 고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기존 1심이나 현재까지 검찰의 공소사실에는 최 회장 형제 등이 공모해 펀드 설립과 횡령을 주도한 것으로 적시돼 있었다. 김 전 고문이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가 핵심 공범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최 회장 측의 주장이 어느 정도 받아드려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김 전 고문의 증인신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최 회장의 구속만기인 다음달 30일까지 일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언제 들어올지 확실하지 않은 김 전 고문의 증인 채택을 받아드릴 가능성이 낮았다는 평가를 내려왔다.
하지만 상황이 순조롭게 풀리면 김 전 고문은 최 회장의 구속만기 이전에 송환될 가능성도 있다.
대만 이민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고문은 대만의 법에 따라 최장 2개월까지 구금이 가능하다. 그가 지난달 31일 체포된 만큼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는 한국으로 송환된다는 이야기다. 만약 재판부의 선고일 이전에 송환이 된다면 재판부 역시 김 전 고문을 부를 선택의 여지를 남기게 된다.
요컨대 김 전 고문의 송환 시점이 향후 재판에 있어 최종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원홍씨가 언제 잡힐 지도 모르는 잠적상태가 아니고, 체포돼 송환을 앞두고 있다면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도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재판부는 당초 김 전 고문이 최 회장 형제의 통화 녹취록을 제공한 것과 관련 “언제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녹취록을 피고인측이 탄핵증거로 내세우고 있다”면서 증거 가치를 폄훼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가 김 전 고문의 증인 채택을 기각한 이유로 “김원홍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은 피고인 제출한 최태원 및 최재원 녹음 파일과 녹취록에 아주 구체적으로 나와있다”고 밝힌 상황. 스스로 신빙성을 의심한 증거를 토대로 김 전 고문의 증언을 대신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상황이 최 회장 측의 희망처럼 낙관적으로 흘러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재판부는 이미 “내일 김원홍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 이에 대해 법조계와 재계는 오는 29일 마지막 변론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중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