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극적 대처, "경험부족, 아시아 주도권 잃을수도"
[뉴스핌=김동호 기자] 슈퍼태풍 '하이옌'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필리핀을 돕기 위해 미국이 발 벗고 나섰다. 200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홍콩에 정박 중이던 핵추진 항공모함까지 출동했다. 또한 수백 명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선도 파견한다.
미국에게 있어 필리핀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지역이다. 실제로 미국인 이달 초 필리핀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수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처럼 필리핀 내 영향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미국에게 있어 이번 구호활동은 필리핀 내 반미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 필리핀 피해지역으로 향하는 의료진, 출처: AP/뉴시스] |
이에 대해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FP)는 "미군의 아시아 주둔이 중국과는 달리 자연재해를 포함한 긴급사태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은 큰 자연재해를 입은 국가에 대해 막대한 지원을 함으로써 이후 관계개선을 이끌어 낸 경험들을 갖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가 쓰나미로 인해 13만명이 사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당시 미국은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비롯 해군함정과 헬리콥터 등을 급파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로 인해 1991년 동티모르 사태 이후 최악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는 극적으로 개선됐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편치않다. 2000만달러를 선뜻 지원한 미국과 달리 중국은 초기 10만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G2로 불리는 중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이후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160만달러 상당의 구호물품을 지원키로 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은 아직 해외에서 대규모 구호 활동을 벌이기엔 하드웨어도 경험도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에 대한 소극적인 지원은 경험부족 외에도 필리핀과의 외교적 갈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 위치한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의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대립 중이다. 특히 올 초 필리핀이 국제 해양법재판소에 중국을 제소하며 양국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태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상반된 행보에 대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이번 사태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으로 인해 아시아 지역에서 커지고 있던 주도권을 미국에 빼앗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또한 중국이 소프트파워에서 밀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신뢰와 영향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잃어 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