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파격적인 신인 기용으로 유명한 임성한 작가. 이번 '오로라 공주'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주연급 전소민, 오창석, 정주연, 서하준은 모두 아직 대표작이 없는 신예이자, 신선한 얼굴이었다. 결과적으로 임 작가의 심미안은 통했다.
'오로라공주'의 주역이자 수혜자 중 한 명인 배우 정주연을 만났다. 그는 방영 초반 미미했던 존재감과 달리, 회를 거듭하며 색깔 있는 연기와 시원시원한 비주얼로 사랑받았다. 특히 극중 박지영과 외적인 이미지까지 딱 맞아 떨어지며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방영 7개월 차인 '오로라 공주'에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정주연 역시 인기를 실감할 법하다.
"초반에는 신문사 기자 역이었는데, 아는 기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연구를 많이 했죠. 그땐 인물들이 워낙 많아 크게 알아봐주실 줄 몰랐어요. 오로라면 모를까, 제가 널리 알려지게 될 줄은 전혀 생각 못했죠. 지영이 배우로 전향해 오로라와 대립하는 신이 많아지면서 주목받게 됐나 봐요. 요즘 강남 같은 데 나가면 많이 알아봐주시고, 사인도 요청하시는데 제가 오히려 감사해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 정말 즐겁고 재밌어요."
"박지영은 자신의 생각을 다 내뱉고 속이 훤히 보이는 스타일이에요. 표현이나 내색을 솔직하게 하고, 그래서 후회도 안하고 쿨한 성격이죠. 사실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약간 내성적이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 연기하면서 조금은 부럽기도 했어요. 나중에 고민이나 후회, 앓이를 하지 않는 성격이 스스로한테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죠."
'인어 아가씨'의 장서희, '왕꽃 선녀님'의 이다해에 이어 '신기생뎐'의 임수향까지. 신인 배우들의 톱스타 등용문이라고 불리는 임 작가의 작품에 단숨에 캐스팅된 기분이 어땠을까? 또, 중견 배우들이 무게를 잡아주긴 했지만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젊은 층 배우들이 모두 신인이었던 점에 부담감은 없었는지가 궁금했다.
"워낙 검증 받은 분이라, 드라마가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다른 일을 할 때도 분명히 '오로라 공주'가 좋은 스타트로 남겠죠. 부담감이요? 우리끼리 으쌰으쌰하자는 분위기라 좋은 점이 더 많았어요. 만약에 톱스타 분이 계셨다면 다가가기 힘들었을지도 몰라요. (웃음) 워낙 언니, 오빠들이랑 허물없이 지내거든요. 만약에 어려우면 피치 못할 액션(?)같은 것도 더 과감하게 못했겠죠? 약간의 부담이라면 다들 '자기 몫은 제대로 해 내야해'라고 생각했던 점. 다행히 선생님들이 많아서 분위기가 저절로 잡혔어요."
극중 황마마(오창석)와 설설희(서하준)는 애석하게도 둘 다 지영이 아니라 오로라만 바라보는 오로라바라기다. 극의 호흡이 긴 만큼, 정주연은 지영의 러브라인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데에 아주 약간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다며 웃어 보였다.
"지영도 정말 마음으로 좋아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남자를 만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죠. 사실 아직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았어요. 엄마가 유언으로 세 번째 남자가 진짜라고 했거든요. 새로운 러브 라인이 나오지 않을까요? (웃음) 주변에서는 나타샤(런)랑 하면 좋겠다고도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오빠가 가발 벗으면 키도 크고 멋있어요. 그치만 그 분이랑은 잘 될 일이 없어 아쉬웠죠."
박지영의 여러 면모 중에서도 약간은 도도한 듯한 악녀 이미지로 사랑받았지만, 정주연은 앞으로는 조금 밝은 역할로 어필하고 싶은 바람을 밝혔다. 특히 그는 무용을 배운 경험을 들며 선배 전지현과 같은 액션 연기에도 남다른 포부를 드러냈다.
"사랑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으면 해요. 무조건 착하다기 보다 인간적이고 털털하고 싹싹하면서도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자요. 지금 '상속자들'의 박신혜씨 역할? 혹은 수애씨가 많이 보여주셨던 캐릭터요. 또 완전히 몰아치는 액션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전문가처럼은 못해도 운동 신경이 좀 있어서 조금만 지도 받으면 잘 할 수 있거든요!"
끝으로 롤모델을 묻자, 정주연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를 꼽았다. 당시 그는 기존의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벗고 완벽한 팜므파탈로 변신해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선보였다. 한없이 맑은 이미지의 여배우는 물론, 액션과 파격적인 연기를 모두 소화하는 '연기파 배우'의 자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정주연의 각오와 욕심이 드러난 대답이었다.
"예전에는 작품에만 비중을 뒀는데, 지금은 약간 달라졌어요. 예능도 좋고 뭐든지 계속 얼굴을 비쳐야 사람들도 많이 기억해주시지 않을까요? 다양한 방송에서 많이 뵙고 싶어요. 그래도 역시 최종적으로는 '연기적으로 사람들한테 인정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제가 이영애 선배를 꼽은 것처럼, 많은 연기 지망생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감정 전달을 잘 하고, 인정도 받고, 보는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 그게 최고의 찬사잖아요."
'오로라의 남자' 황마마 vs. 설설희, 정주연의 선택은? 극중 황마마와 설설희 중에서, 정주연은 1초의 고민도 없이 "설설희"를 택했다. 극중 설설희는 혈액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아파도 설설희"라는 단호한 대답으로 웃음을 줬다. "아파도 설설희죠. 답이 나와있지 않나요? 마마는 제가 봐도 좀 눈치가 없어요. 가끔 오히려 가만 있으면 좋을 걸 누나들 사이에서 화를 돋우는 스타일이예요. 실제 배우들이라면 모를까, 캐릭터로서는 아마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이 설설희를 택할 게 분명해요." 두 남자 배우에 관해 묻자, 정주연은 "오창석은 진중하고 말이 없지만 뒤에서 잘 챙겨주는 스타일의 리더인 반면, 서하준은 중간에 투입되서 더 살갑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분위기 메이커"라고 서로 다른 매력을 설명했다. 동시에 "작품 도중에는 연애 금지"라는 방침을 언급하며 연애관을 털어놓기도 했다. "회사에서는 연애 금지예요. 그런데 제가 생각해도 그게 맞아요. 스캔들이 터지면 시청자들이 극중 커플 호흡에 몰입이 안되는 건 당연해요. '오로라 공주'의 경우엔 긴 호흡의 드라마라 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연애를 한다면, 마음을 잘 이해해주고 외롭지 않게 해주는 남자가 좋아요. 부담스럽지 않은 비슷한 수준의, 마음이 통하는 사람, 항상 옆에 있어주는 사람과 사귀고 싶네요." |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sidusH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