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우하하하. 그의 웃음소리를 글로 받아 적자면 이렇다.
따라 읽기만 해도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는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배우 정재영(43). 이미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 정재영은 무게를 잡기보다는 편하고 털털한 사람에 가까웠다. 하지만 말없이 차를 마시는 그의 눈빛은 매섭고, 표정은 단호했다. 영화 ‘열한시’ 속 우석과도 묘하게 겹쳐 보였다.
정재영이 ‘열한시’를 들고 관객들 앞에 섰다. 영화는 내일로 시간 이동에 성공한 연구원들이 그곳에서 가져온 CCTV에서 죽음을 목격한 후 이를 막기 위해 시간을 추적하는 SF 타임스릴러다. 정재영이 웬 SF 영화냐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 그는 SF에 관심이 많다. 좋아하는 작품은 존 아미엘의 ‘코어’(2003)와 대니보일의 ‘션샤인’(2007), 그리고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영화가 ‘그래비티’(2013)란 점만 미뤄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언론 시사 때 처음 봤어요. 굉장히 긴장했죠. 그래도 우려했던 것보다 CG도 잘 나왔고 러닝타임도 짧아 지루하지 않았어요. 사실 영화는 개인 취향이에요. 이런 장르를 안 좋아하는 관객은 아무리 재밌다 해도 안 볼 테고 반대로 이런 장르를 즐기면 아무리 재미없다 해도 꼭 보겠죠. 저는 SF를 가미한 스릴러가 아닌 그냥 SF라 해도 미래 이야기는 꼭 봐요. 일단 이런 게 일 년에 몇 편 안 나오잖아요(웃음).”
극중 정재영이 열연한 우석은 시간 이동 연구에 집착하는 천재 물리학 박사다. 얼핏 봐도 그간 연기해왔던 캐릭터들과 사뭇 다르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프로젝트에 집착하며 연구원과 갈등하는 인물이자 그가 맡았던 역할 중 최고학력자이기도 하다. 정재영은 우석을 통해 광기 어린 모습과 지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담아냈다.
“사실 우석은 제가 한 역할 중 가장 이기적인 캐릭터죠. 자기를 위한 명목을 내세우거든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되게 현실적입니다. 흔히 회사를 위해, 혹은 더 큰 것을 위해 가정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잖아요. 우석도 프로젝트를 건지기 위해 팀원들을 궁지로 몰고 가죠. 또 다른 이유 역시 자신의 개인적인 이유인 자살한 아내예요. 그러니 악역보다는 이기적인 인물에 가깝죠.”
정재영이 베테랑 연기파 배우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완벽한 싱크로율 때문인지 불현듯 그 역시 우석처럼 앞만 보며 달려온 건 아닐까 궁금했다. 혹시 극중 영은(김옥빈)이 “팀장님은 다른 사람들 신경 안 쓰죠?”라고 쏘아붙이는 대사가 필요 이상으로 와 닿진 않았을까.
“그 정도면 큰일 났겠죠(웃음). 근데 아무래도 연기하는 사람이다 보니 나름의 욕심, 집착이 있어요. 그러니 간혹 집에 소홀한 경우도 있었겠죠. 사실 가끔 미안한 마음에 집안일 하려해도 시키질 않아요. 오히려 망가뜨린다고(웃음). 가끔 아이들한테 짜파게티 끓여줘도 맛없다던데요?(웃음) 사실 그런 것도 형식적이니까 평상시에 잘해야죠.”
대게 배우들은 영화 개봉 후 홍보 일정이 마무리되면 잠깐 휴식을 가진다. 하지만 정재영은 예외다. 휴식은커녕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플랜맨’에 ‘방황하는 칼날’, 그리고 ‘역린’까지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한 영화가 무려 세 편이다. ‘플랜맨’이 크랭크업하자마자 곧바로 ‘역린’ 촬영에 합류한 그는 지난 주말까지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리고 당장 다음 주부터 담양으로 내려가야 한다. 물론 12월 일정도 빡빡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선 여유가 묻어났다. 내년에 더 자주 보겠다는 말엔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더 즐기면서 재밌게 촬영하고 싶죠. 무엇보다 열정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이라는 게 처음보다 뭐든지 점점 식어가죠. 처음엔 정말 좋아서 이거 아니면 죽을 거 같아도 계속 하다 보면 그 열정이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식어가요. 그렇기에 식지 않는 게 중요하죠. 그래야 발전할 수 있고 더 나아질 수 있어요. 열정이 식어버리면 나태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질 거예요. 어떤 문제가 생겨도 극복할 수 없죠. 연기자로서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거죠. 물론 열정이 식지 않을 순 없어요. 하지만 최대한 늦추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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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