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공약파티’·정부의 공공기관 ‘개혁파티’도 끝내야
[뉴스핌=김민정 기자]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공공기관장들을 불러 놓고 “이제 파티는 끝났다”며 부채와 방만경영 문제 해결을 위한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을 주문했다. 500조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으면서도 안정된 신분과 높은 성과급, 호화스러운 복지를 누리는 공공기관들을 호되게 질타한 것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특히 2008년 290조원에서 2012년 493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10월 국정감사 이후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문제는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면서 다시 한 번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일반기업 직장인의 평균연봉(2871만원) 두 배를 뛰어 넘는 공기업의 평균연봉(7200만원)과 자녀 학자금 전액 무이자 융자 지원, 호화 사옥 논란, 성과급 파티 등 일반 국민들의 속을 부글부글 끓이는 보도가 쏟아졌다.
이 같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은 틀림없이 바로 잡아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파티’만 끝나면 공공기관의 부채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부채공룡’으로 불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는 2008년 85조8000억원에서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41조원으로 급증했다. 이중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업으로 늘어난 빚은 23조8000억원에 달한다.
수자원공사의 부채도 비슷하다. 2006년 1조7346억원에서 지난해 13조7046억원까지 급격히 늘었다. 수공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자체조달하면서 7조714억원의 금융부채를 안았다.
한 공기업 직원은 “우리 스스로 고칠 게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시킨 일을 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늘어난 측면도 큰데 방만경영 문제만 부각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공공기관들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나름 허리띠를 졸라매겠지만 빚을 더해 줄 각종 사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행복주택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행복주택사업의 예산은 20조~30조원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하는 일엔 어찌됐든 ‘돈’이라는 것이 들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추가로 걷는 게 아니라면) 정부든 공공기관이든 어느 정도의 빚을 지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서 빚을 지는 만큼 ’잘 생각해보고 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정부는 공공기관에만 쇄신을 바랄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내놓는 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사업성 타당성 평가와 정확한 수요 예측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파티뿐만 아니라 대선 때만 되면 대책 없이 남발하는 정치권의 ‘공약 파티’, 정권초기마다 모든 것이 공공기관만의 탓인냥 반복하는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파티’도 이제는 좀 끝내주길 바란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