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 중심, 추가투자여력 6조 늘어
[뉴스핌=한기진 백현지 정경환 기자]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선정 때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만점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450%를 고수했던 태도를 바꿔 250%로 낮췄다. NCR은 은행의 국제결제은행 BIS와 같은 역할을 하는 증권사의 핵심 재무기준으로 연기금이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는 지표다.
17일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감독국 관계자는 “NCR을 낮추면 연기금은 리스크관리 부담을 더 안게 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은 기획재정부의 국고채전문딜러 선정 기준과 한국거래소 주식워런트증권(EWL) 유동성공급자(LP) 선정 NCR 기준이 250%인 점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수 금융투자협회 증권서비스본부장은 “업계에선 국민연금의 이번 NCR 기준 완화 조치를 환영한다"며 "앞으로 증권사들이 영업용순자본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CR 완화로 한국판 IB(투자은행) 도약의 길이 좀 더 열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6일 뉴스핌과 만나 “업계를 리드할 수 있는 스타증권사가 나와야 한다.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CR이 대폭 완화되면서 대형증권사는 할 일이 많아졌다. 그동안 해외에 지점을 내거나 주식결합증권(ELS)나 파생결합증권(DLS) 등 인기 있는 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파생상품이라는 이유로 NCR비율이 내려갔다.
당장 한국판 IB로 지정된 삼성, 현대, KDB대우, 우리투자, 한국투자증권은 당장 기업여신을 할 수 있게 됐다. 신규 투자여력이 6조1240억원 증가할 것으로 대신증권이 지난 6월 말 업계 평균 490%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도 있다. 5대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16조원으로 이중 기업대출에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은 3조원에 불과하다. 5대 증권사의 NCR비율은 삼성증권 658%, KDB대우증권 528%, 우리투자증권 510%로 업계 평균 이상이고 현대증권 447%, 한국투자증권 431%로 평균 아래에 있다.
NCR 완화는 즉각적인 효과로 당장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증권사의 수익원은 크게 주식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을 얻는 위탁매매, 고객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자산관리, 인수합병(M&A)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등 IB와 주식 및 채권을 매매하는 트레이딩 등 네 가지다. 그러나 증시 침체로 수수료 수익은 떨어지고 자산관리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고 IB는 수익률이 급감하고 있다. 하지만 트레이딩은 NCR 완화로 운용 규모가 커져 수익도 확대할 수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많은 대형사들이 이번 기준 완화 수혜가 예상된다"며 "후순위채 발행 등을 줄여 이자비용을 상당 부분 세이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부문에 대한 역량강화를 통해 차별화가가 발생하고 자연적으로 옥석 가리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