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롯데그룹의 SI계열인 롯데정보통신이 현대정보기술을 인수한 뒤 속앓이가 심해지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효과는 커녕 그룹 내에서도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SI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말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의 진두지휘로 M&A(인수합병)를 성사시킨 현대정보기술이 실적부진에 시달리면서 시너지효과를 무색케 만들고 있다. 심지어 롯데정보통신은 인수자금부족을 메우기 위해 현대정보기술 인수결정 뒤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무리수(?)까지 뒀다.
2010년 12월 말 롯데정보통신은 현대정보기술의 대주주인 성호그룹이 보유한 지분 52.3%를 380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롯데정보통신은 삼성SDS와 LG CNS SK C&C 포스코ICT 등에 이어 SI업계 5위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두 기업의 합병매출 규모는 6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다.
당시 롯데정보통신은 야심찬 그림을 그렸다.
현대정보기술과 시너지 효과는 물론 글로벌 시장공략 의지를 내비쳤다.
롯데정보통신은 현대정보기술 인수를 통해 단순히 사업영역과 대외사업 비중 확대뿐 아니라 그동안 IT 컨버전스를 중심으로 추진해 온 대외사업 및 신규사업에서의 시너지 확보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을 잡았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양사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롯데그룹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됨에 따라 롯데정보통신이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객사 시스템 현지화와 맞물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해 온 현대정보기술의 노하우를 결합, 경영 효율성을 더욱 제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현대정보기술 인수결정 뒤 롯데정보통신 오경수 대표이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 ICT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앞으로 양사가 가진 강점이 더욱 빛을 발하고 더 많은 시장과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도록 전폭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며 다부진 포부를 피력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날개를 달아 줄 것으로 기대했던 현대정보기술의 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롯데정보통신의 M&A시너지는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정보기술의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정체상태이고 이익률은 계속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이 인수한 첫해인 2011년 현대정보기술은 매출액 1866억원 영업이익 2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산뜻한 출발이었다. 전년도 1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롯데정보통신이 인수한 뒤 흑자로 돌리는 저력을 보여 준 것.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롯데정보통신에 인수된지 2년차 시점부터 현대정보기술의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2012년 현대정보기술의 매출액은 1895억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성장했으나 영업적자 50억원이 발생했고 당기순손실도 64억원이 생겼다. 2013년의 상황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정보기술의 2013년도 3분기까지 누적집계결과 매출액 1041억원에 영업손실 83억원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더욱 커져 10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13년 연간실적 역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SI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정보통신 입장에서는 인수하지 말아야 할 회사를 인수한 것"이라며 "당시 업계 분위기가 대기집단의 SI기업을 제재하는 분위기에서 현대정보기술 인수에 나선 것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현대정보기술의 경우 그룹사 물량이란 전무한 상태에서 금융과 대외사업에 집중했다"며 "하지만 금융사업에서 힘을 잃고 공공기관 마저 법규제에 묶이다보니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