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경제력 차이 등으로 분리독립 요구…일부선 폭력사태도
[뉴스핌=김동호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의 한복판에 서 있는 크림자치공화국이 지난 16일 주민투표를 통해 결국 러시아로의 병합을 선택하며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는 독립운동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이번 주민투표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크림공화국의 러시아 병합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실효성 있는 수단은 없는 상태다.
주민투표 이후 러시아는 최대한 신속하게 크림공화국의 병합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서방국들의 경고나 경제제재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크림공화국이 우크라이나의 손을 떠나 러시아의 품에 안길 경우, 세계 곳곳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지역에 미칠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푸틴 지지자들이 `크림반도는 러시아땅`이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AP/뉴시스] |
◆ 스코틀랜드, 베니치아 등 각국서 분리독립 요구
현재 영국의 스코틀랜드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스페인의 카탈루냐주, 캐나다의 퀘벡주, 중국의 티베트 및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많은 지역에서 분리독립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미 스코틀랜드와 카탈루냐주에선 오는 9월과 11월 분리독립 주장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며, 베네치아에선 이미 16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인터넷 상에서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투표가 진행 중이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민족 및 문화적 차이, 경제적 격차 등을 이유로 분리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과거 1603년 제임스 6세가 영국 왕위에 오르면서 잉글랜드와 통합됐으나, 여전히 잉글랜드에 대한 민족적 반감이 강한 상황이다.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 의회가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하도록 허용했지만,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원하지는 않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하게 되면 영국의 나머지 지역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분리독립 안에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스코틀랜드가 영국과 분리될 경우 파운드화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스코틀랜드를 압박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EU 회원국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영국 정부의 편에 선 상태다.
하지만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쪽에선 스코틀랜드의 풍부한 자원과 발달된 산업, 북해유전에서 나오는 수익 등을 감안하면 영국에서 독립하는 것이 지금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퀘벡주는 캐나다 내의 유일한 프랑스어 문화권으로 과거 1980년과 1995년에 캐나다 연방정부로부터의 분리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가 두 차례 실시된 바 있다. 특히 1995년 투표에선 1%포인트 미만의 차이로 분리독립안이 부결됐다.
현재 퀘벡주의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퀘벡당은 지난 2012년 9월 퀘벡주 주의회 선거에서 3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전체 125석 가운데 54석을 확보, 제1당에 등극한 바 있어 이들의 독립 요구는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우엔 민족적 차이보다는 경제적인 격차가 더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스페인 동북부에 위치한 카탈루냐주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앞선 지역이다. 바르셀로나가 주도인 카탈루냐주는 1714년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에게 항복하면서 스페인에 병합됐다. 스페인의 입장에선 카탈루냐주 주민투표 결과 독립의견이 높게 나오더라도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카탈루냐주의 분리독립을 용인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진행 중인 인터넷 투표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투표결과에 따라 독립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분리독립으로 모아질 경우 대외적인 파장은 확대될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과거 문화와 건축, 무역의 중심지로 1000년 이상 존립했던 베네치아 공국에 대한 향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이 밖에 잘 사는 북부지역이 경제적 격차가 심한 남쪽 지역과의 분리를 추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 독립요구 갈등…폭력사태 악화 우려
이들 지역의 분리독립 요구가 상대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의 상황은 좀 다르다. 민족적, 문화적 차이에 더해 중국의 강압적인 통치는 티베트 및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분리독립 요구를 다소 폭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중국에 대한 항의 시위. [출처: AP/뉴시스] |
중국은 지난 2008년 3월에도 아바현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주민 20여 명을 사살, 유혈 진압에 나선 바 있다. 중국의 강압적인 통치에 반대하며 분신한 티베트인은 2009년 이후 모두 128명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에도 2명의 승려가 분신한 바 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는 최근 미국을 방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3번째 회동을 한데 이어 존 베이너 하원의장,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과도 만나 티베트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위구르족도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며 한족을 상대로 한 테러 등을 자행하고 있다.
크림공화국 역시 주민 대다수가 러시아로의 병합에 찬성했으나, 이 지역의 소수민족인 타타르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크림반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의 대다수는 러시아계로 친러시아 성향을 띠고 있으나, 타타르족은 반(反)러시아 성향이 강하다.
타타르계 우크라이나 의원인 무스타파 제밀레프는 지난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타타르족 무장단체들이 러시아와 싸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크림반도 내에서 타타르계 이슬람 무장세력이 활동하게 될 경우, 크림반도가 '제2의 체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슬람계가 다수인 체첸자치공화국은 러시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이슬람 반군의 본거지가 됐다. 이들은 러시아를 상대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