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갑을관계' 반드시 고쳐져야
[뉴스핌=정경환 서정은 기자] CJ E&M 주가조작 사건을 계기로 자본시장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미공개정보 제공자와 최초 수령자만이 처벌되고, 해당 정보를 이용해 실제 이익을 본 2차 수령자는 아무런 법적 제재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증권선물위원회는 CJ E&M의 미공개중요정보이용금지 위반혐의(주가 조작)에 대해 한국투자, 유진투자, KB투자 그리고 우리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 4명과 CJ E&M 기업공시(IR) 담당 직원 3명에 대해 정직을 요구하고 검찰에 고발 및 통보했다.
하지만, 이번 징계에서 정작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큰 이익을 거둔 펀드매니저들은 제외됐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회사 내부에서 생성된 중요 정보를 내부자(또는 준내부자)와 1차 정보 수령자가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을 뿐, 2차 정보수령자의 이용행위, 정보의 도용행위, 시장 정보 등 외부 정보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장은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1차 정보 수령자까지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법의 불비로 인한 작금의 사태로 인해 증권가에 '모럴 해저드' 우려가 일고 있다. 처벌의 형평성이 무너짐에 따라 이 같은 일이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모두 다 공범인데 죄가 다르다는 것이 납득이 쉽진 않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갑을관계로 인해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간의 정보 교류 행위는 비일비재하다"면서 "이번 처벌 결과만 놓고 보면 애널리스트들이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지난해 6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에서 2차 정보수령자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시장 정보 등 외부 정보 이용 행위도 규제토록 했다. 개정안은 현재 소관위 심사 중에 있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 내부적으로는 자성과 함께 풍토 개선을 부르짖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계에 있다가 이직했다는 한 관계자는 "갑자기 증권업계 사람들이 일련의 사태로 사기꾼이 돼 버렸다"며 "다 같이 도덕불감증에 빠져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법을 어긴 것은 분명하니 반성해야 할 일이지, 업계 풍토 등을 들어 핑계를 댈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간의 '갑을관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펀드매니저들의 투표로 애널리스트 순위를 가리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행사가 사라져야 한다"면서 "증권사들이 한데 뜻을 모으면 쉬울텐데, 각자의 입장에 따라 서로 눈치를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