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물 줄어들자 고수익률 찾아 유럽행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은행권이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해 부실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 기관 투자자들이 ‘사자’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 기회가 상대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뭉칫돈이 유로존으로 몰리면서 부실자산 가격이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
3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유럽 은행권이 부실 자산 매각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움직임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자산 가격이 폭락한 데 따라 매각에 소극적이었던 금융권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한 기관 자금이 몰리자 가격을 높여 자산을 처분하겠다는 계산이다.
미국의 기업 파산이 대폭 감소한 데 따라 부실 자산 투자 기회가 크게 제한되자 펀드 업계가 유럽으로 발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라자드의 아리 레프코비츠 매니징 디렉터는 “은행권이 자산 매각을 적극 검토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상승했다”며 “매각에 따른 손실이 부채위기 직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 소식통은 특히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센터브릿지 파트너스, 오크트리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이 부실 자산 및 채권 매입에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유럽 은행권의 부실자산은 2013년 말 기준 1조4000억달러로 부채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8년 말 7150억달러에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해 은행권이 처분한 부실자산은 905억달러로 전년 640억달러에서 대폭 늘어났지만 처리해야 할 자산이 여전히 상당 규모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RBS는 180억달러의 자산을 처분하기 위한 내부 배드뱅크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특히 해운업체에 대한 대출 채권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스페인의 노데아뱅크는 아이젠 케피칼의 여신을 80% 가량 할인, 2억달러 규모로 블록세일 했다.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금융업체가 이를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부실자산은 장부 가치보다 20% 이상 할인 매각된다.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의 상승 가능성을 겨냥, 높은 리스크를 부담한다.
한편 유럽 은행권의 적극적인 자산 매각 움직임은 투자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 이외에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건전성 평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