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국토부 관피아가 '독점'..협회 실세 상근부회장도 국토부 출신
건설공제조합과 건설협회와 같은 건설 유관기관 요직을 국토부 관료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어 업체 피해와 방만경영이 우려된다. 사진은 주요 건설 유관기관이 있는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
해양 및 수산 부문 관료 출신들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해운조합과 한국선급 등의 유관 단체들은 세월호의 안전점검을 엉터리로 해 문제가 되고 있다.
관피아의 관행은 건설업에도 뿌리깊게 틀혀 박혀 있다.
국토교통부 출신 고위 공무원들이 건설공제조합이나 대한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와 같은 민간 유관기관의 요직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
이들 유관기관이 국토부 고위 공무원 출신자를 요직에 등용하는 이유는 단체의 위상을 높이고 정부와 관계를 긴밀히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료 출신 임원을 내세우면 감독자인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회원들의 요구사항을 쉽게 관철 시킬 수 있다. 이로써 회원사나 조합원인 건설사들을 장악하는 것도 수월하다.
하지만 관피아가 득세하면 결국 국토부의 유관기관 관리감독은 어려워지고 임원진의 진횡도 쉬어진다.
25일 건설업계와 유관 기관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 건설공제조합, 해외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와 같은 유관기관은 회장이나 이사, 감사 자리에 대부분 국토교통부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앉아 있다.
건설 유관기관 가운데 최고 '알짜'로 꼽히는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직은 국토부 1급 공무원 출신들이 돌아가며 맡고 있다. 건설공제조합은 민간 건설사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건설사가 맡은 공사를 보증해주는 역할을 한다.
정완대 현 이사장은 국토해양부에서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았고 전임 송용찬 이사장(2008년)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을 역임했다. 이보다 앞선 최영철(2005년) 전 이사장은 건설교통부 수송정책실장 출신이며 박동화(2002년) 이사장은 광역교통정책실장을 거쳤다. 이태열(1999년) 전 이사장은 건교부 건설지원실장 출신이다.
최근에는 임원 자리까지 국토부 출신이 차지하려하고 있다. 임의택 전 부산지방항공청장이 전무이사로 내정된 것. 때문에 건설공제조합 노동조합의 '낙하산 반대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건설협회와 주택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도 '실세'인 상근 부회장직을 모두 국토부 관료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협회의 '얼굴 마담'격인 회장은 회원사 대표 가운데서 나온다. 하지만 실제 협회 업무를 주관하는 상근 부회장은 국토부 관료 출신이 번갈아 가며 맡고 있다.
국토부 관피아가 유관기관을 차지하자 유관기관의 방만경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자본을 댄 공공기관은 정부와 국회의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는다. '공공기관 알리오'에서 경영 사항이 즉각 알려져 경영 투명성도 높다. 하지만 유관기관은 민간 기관이기 때문에 아무런 관리감독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규정상 유관기관의 주인인 회원사에 대한 이른바 '갑(甲)질'도 심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건설공제조합이 신용도가 낮은 중견·중소 건설업체에 보증을 댓가로 다른 공제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이른바 '꺾기 판매'를 해 물의를 일으켰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공제조합이 건설경기 침체 이후 건설보증 문턱을 높이고 있다"며 "신용도 높은 대형 건설사만 보증을 해줄 밖에야 건설공제조합이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방만경영도 우려된다. 최근 정완대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올해부터 해외 건설보증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 건설보증업무를 사실상 독과점하는 건설공제조합이 이번엔 정책금융기관이 맡고 있는 영역에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공제조합이 해외건설 보증을 참여하는 건 업계의 이득보다는 덩치를 더 키우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며 "비대해진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을 늘리는 것은 지난 2000년대 초중반 공기업들이 했던 전형적으로 수법으로 건공이 이를 그대로 따라 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