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서영우 완벽한 표현 시청자들 찬사 "행복해요"
[뉴스핌=이현경 기자] JTBC 월화드라마 ‘밀회’ 제작발표회 당시 배우 김혜은(41)은 파격적인 의상으로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행사 이후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는 ‘김혜은 복근’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순식간에 점령했다.
김혜은은 자신의 파격적인 의상이 방송 시작도 전에 화제가 돼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민폐가 된 것 같아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김혜은은 복근이 드러나는 타이트한 민소매 상의와 눈이 부시도록 진한 노란빛 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그의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선명한 복근이 단연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드라마 시작 전 단순한 화제 몰이로 시선을 모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렸지만 ‘밀회’ 방영 이후 공개된 배우 김혜은의 진가는 시청자들에 공감과 애환을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3월 JTBC 월화드라마 `밀회`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김혜은 [사진=강소연 기자] |
‘밀회’는 상류층의 비리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충격을 안겼다. 그 작품 속에서 서영우를 연기한 김혜은은 내면의 상처를 가진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서영우는 겉보기에는 부족함 없이 모든 것을 가진 여자이지만 사실은 부모와 사랑하는 남자에게 인정받지 못한 인물이다.
“누군가는 서영우를 악역, 혹은 밉상으로 보겠지만 단순히 표면적으로 접근해야 할 인물은 아니에요. 호사스러운 생활로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막 사는 인생이죠. 돈으로 남자를 사고 사랑 없는 정약 결혼을 이어가는 걸 보면요. 저는 극중 맡은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먼저 취재를 해요. 먼저 제 경험에서 보자면 서울대 음대에 진학해보니 실력 좋고 집안도 좋은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그 속에서 저는 계급으로 보면 오혜원(김희애)과 비슷했어요.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서영우를 그릴 수 있었죠. 그리고 가출 청소년 상담소인 ‘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기억을 꺼냈어요.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과 아픔을 나누면서 느낀 감정을 서영우에 담았습니다.”
김혜은은 ‘밀회’를 명품 드라마로 꼽을 수 있는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자본주의 속 상류층의 어두운 이면, 즉 물질 만능주의로 돈이 권력이 되는 세상에 대한 비판과 극중 인물들의 살아있는 캐릭터, 마지막으로 문학적 작품성이 그의 주장에 대한 뒷받침이다. 그는 자신이 이런 드라마에 출연하게 돼 너무나 행복했다고 강조했다.
“대본을 읽을 때마다 너무 아까웠어요. 사실적이면서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었죠. 요즘은 통속적인 드라마가 즐비하잖아요. 그 가운데 문학적인 작품에 가까운 ‘밀회’가 시청자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다행인 건 시청자들도 그간 자극적인 인터넷 기사나 드라마에 이골이 났었던 상태였나봐요. ‘밀회’와 같은 명품 드라마에 갈망이 있었던 거죠. 사실적이고 진정성을 짚어준 드라마가 ‘밀회’였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런 드라마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명품 드라마에서 빛을 발한 김혜은이지만 그는 ‘밀회’에 앞서 ‘막장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붙은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에 출연한 바 있다. 웰메이드 드라마에 애정이 깊은 김혜은이 시청자에게 악평받은 드라마에 출연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에 대한 김혜은의 답은 고인이된 손문권PD로부터 이미 캐스팅 된 상황이었고, 방송사 측에서도 끝까지 출연하길 바랐다고 했다.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고 온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 거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시청자에게 ‘막장’이라는 평을 들었기 때문에 배우로서도 힘들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라 공주’는 배우 김혜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혜은은 소통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매력을 가진 배우 생활을 나이가 들어서도 쭉 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덧붙여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까지 행복할 수 있게 꾸준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저는 항상 생각해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까지 나의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는지요. 지금껏 많은 직업을 바꿨지만 배우가 가장 만족도가 커요. 가장 힘들지만 시청자와 함께하는 생활은 배우로서 뿌듯합니다. 거짓 없이 떳떳하게 오래토록 배우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사진=원앤원 스타즈]
성악을 꿈꾸던 학도에서 아나운서로, 다시 배우로 배우로 거듭나기까지 김혜은은 2번의 전환점을 맞았다. 4세 때부터 프리마돈나를 꿈꾸던 여학생은 KBS 어린이 합창단을 거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입학했다. 3학년이 되었을 때 줄리아드 음악대학에서 연수를 받은 후 노래 인생의 꿈을 접었다. 자신의 재능에 한계에 부딪히게 됐기 때문이다. '돈과 능력은 스스로 타고나는 것'이라는 인정과 함께 그는 평생을 바라보고 온 음악을 포기했다. 그리고 청주 MBC 아나운서로 입사, 또다시 서울 MBC 기상캐스터로 5년간 근무, 돌아돌아 지금은 배우의 삶을 즐기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재수해서 갔어요. 이화여대에 떨어지고 상명여대를 1년간 다니면서 매일 새벽 4시30분, 학원에 가서 입시 준비를 했죠. 대학 3학년 때 제 노래 실력에 한계를 느꼈고 다른 길을 찾아나서야 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아나운서들이 복식 호흡을 하는 걸 봤어요. 제가 평생해 온 거잖아요. 딕션도 노래하면서 영어, 이태리어, 독일어를 완벽하게 연습했기 때문에 문제 없겠다 싶었고요. 당시 청주 MBC 아나운서와 서울 MBC 기상캐스터를 같이 뽑았어요. 제가 청주서 마지막 면접을 하는 도중 서울 MBC 탈락 소식을 들었어요. 2명을 뽑는데 3등을 한 거죠. 청주는 합격했습니다. 그 후 IMF가 겹치면서 MBC에서 따로 공채를 한 게 아니라 아깝게 떨어진 몇 명을 모아 다시 오디션을 실시했고 제가 다시 기상캐스터로 활동하게 됐죠.” “처음 MBC 입사했을 때에는 '내가 이 곳에서 뼈를 묻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저는 진부해 지더라고요. 내가 마흔이 되고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나의 기상 예보를 듣는 사람들이 행복할까를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니었어요. 지금도 저는 그 때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배우 활동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역할로 사람들과 마주하니 훨씬 더 보람 있는 인생을 갖게 됐어요.” |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