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위기 상황 지속
[뉴스핌=노희준 기자]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금융그룹의 내부 사태가 일단 파국을 면했다. 국민은행은 이사회를 통해 금융감독원 검사가 나오기 전까지 유닉스 기종으로의 전환 절차 진행을 잠정 보류키로 했다.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31일 새벽 끝난 이사회 직후 "현재 금감원의 검사를 수검중인 점을 고려해 감독원 검사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지난 4월 24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유닉스 기종으로 전환하는 절차의 진행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일단은 금감원 검사가 진행중이니까 조금 결과를 지켜보자"면서 "신중하게 접근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요구해왔던 바이다. 하지만 이 행장측이 요구했던 정병기 상임감사의 내부 감사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정병기 상임감사는 "감사보고서는 접수는 됐지만 내용의 진위는 금감원에서 판단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은행 경영협의회는 전날 오전 기존 업체인 IBM을 포함해 경쟁입찰을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올렸지만, 국민은행 이사회는 "이날 경영협의회 의결을 존중한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이사회 직전에 열렸던 경영협의회의 결정은 전산시스템 전환을 결정했던 기존 이사회 결정을 뒤집는 것이었는데, 이사회에서 이를 완전히 수용하지는 않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일단 기존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지는 않는 결과를 얻게 됐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 전환 절차를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진행하게 됐다. 금감원 검사 결과 정병기 상임감사의 문제제기에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 전환 계획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고, 정병기 상임검사의 지적이 불필요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유닉스 체제하에서 다시한번 재입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 감사는 "수의계약은 할 수 없고 경쟁을 통해 해야 한다"며 "전문 평가단을 구성해 감사보고서에서 지적된 절차상의 하자 등을 치유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양측이 전산시스템 전환 절차를 잠정 중단키로 하면서 전산시스템 전환 결정을 둘러싼 'KB 집안싸움'은 일단 한 고비는 넘겼다. 지주가 만지작거렸던 정병기 감사 해임안과 이 행장이 추진했던 이사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카드는 잠정적으로 배제되게 됐다.
정 감사는 이사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카드와 관련, "일단은 보류시켜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은행은 위기상황이다. 국민은행 내부의 합의 모색과 별개로 이미 은행과 지주에 대한 금감원의 특별검사가 대대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타를 피하기 힘들고 이에 따라 또다시 은행 전체가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
실제 금감원은 은행과 지주에 대한 검사 인력을 대거 기존 7명에서 3배 이상 늘려 전산시스템 교체 논란과 관련한 리베이트 의혹과 내부 통제 미미 등에 대해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국민은행 노조의 반발도 경영진이나 이사회들에게는 부담이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임 회장과 이 행장을 모두 겨냥 "무모한 '치킨게임'에 KB금융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무모한 '치킨게임'의 당사자들이 책임져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통해 현행 IBM 메인프레임 전산시스템을 유닉스로 전환하는 교체 방안을 의결했지만, 정병기 상임감사가 이사회 판단 보고서 작성 등에 심각한 왜곡 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내부갈등이 불거졌다.
정 감사는 내부감사를 벌인 감사보고서를 감사위에 제출하고 이 행장을 통해 이사회에도 보고하려 했지만, 양쪽에서 모두 거부되자 관련 사안을 금감원에 중대사안으로 보고, 금감원이 현재 국민은행과 KB금융에 대한 검사에 돌입한 상태다.
한편, 이날 이사회는 30일 오후 8시께 시작돼 31일 새벽 1시께 끝났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