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남자들의 로망인 긴 생머리와 청순한 외모. 거기에다 ‘포스트 전지현’이라는 근사한 애칭까지. 2000년대 온라인을 뒤흔들었던 박한별이 파격 변신을 시도했을 때 팬들의 충격은 꽤 컸다. 긴 머리를 싹둑 자른 박한별은 놀랍게도 남장 연기에 도전하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SBS 일일드라마 ‘잘 키운 딸 하나’라는 긴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한 박한별(31). 200년 전통의 간장 가문 넷째 딸 장하나를 연기한 박한별은 남자만 대령숙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규칙 탓에 남장을 감행했다. 기구한 운명에 맞서는 장하나는 역경과 갈등을 이겨내며 사랑과 목표를 이루는 인물이다.
사실 박한별을 주연으로 내세운 ‘잘 키운 딸 하나’는 방송 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샀다. 드라마 시작과 함께 박한별의 남장 연기에 호불호가 갈렸다. 박한별 또한 드라마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연기에 대해 “100점 만점 중 20점”이라며 저평가했다. 하지만 종영 후 박한별은 짧아진 머리 길이만큼이나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드러냈다.
“드라마 초반에는 정말 자신감이 없었어요. 너무 부담됐고, 드라마의 성패가 모두 저한테 있다는 중압감이 컸죠. 특히나 ‘여자 같다’는 얘기가 스트레스였어요. 제가 실제로 여자인데 말이죠.(웃음) 그런데 하나가 은성(남장)이였을 때 회상하는 장면을 보면 완전 남자더라고요. 물론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고 지금은 제 연기에 대해 50점 이상은 주고 싶어요.”
박한별은 ‘잘 키운 하나’를 통해 모든 여배우가 해보고 싶은 다양한 역할은 다 해봤다며 웃었다. 촬영 내내 즐거움 천지였다는 그는 특히 남장 여자 연기를 할 때는 남다른 재미를 맛봤다고 했다. 상대와 겨루는 액션 장면이 많아지면서 익숙하게 카메라 앵글까지 계산하는 경지에 올랐다며 자랑도 했다.
“은성이 때가 더 재미있었어요. 여배우가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다채로운 캐릭터인 듯해요. 액션도 있고요. 그러다 현장에선 이런 이야기까지 나왔어요. 사실 하나가 착하게 표현돼서 그렇지 라희(윤세인)보다 야망이 큰 인물이라고요. 대표이사 자리가 뭐기에 말이죠. 대령숙수 하겠다고 너무 여러 명 건들인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웃음) 제가 은성이었다면 그냥 대령숙수 자리를 내줬을 거예요. 사람 위에 사람 없거든요. 굳이 싸우면서까지 얻어야하는 건 저도 원치 않아요.”
박한별은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자신은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가령 여행을 가는 날 비가 내리면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운치 있는 날’이라고 넘긴단다. 일이 잘 안풀리는 날이면 ‘오늘은 그냥 이런 날’이라고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긴다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건 사치이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게 박한별의 소신이다. 앞서 연예계 생활을 하며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한 원동력도 이런 ‘긍정적 에너지’였다.
“데뷔 초반엔 도도한 ‘여배우’가 대중 앞에 보여야하는 이미지였어요. 하지만 그건 실제 제 모습이 아니기에 힘들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다보니 제 마음과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게 다르다는 것에 굳이 상처 받을 필요가 없더라고요.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게 편하니까요. 오히려 진가를 보고 믿어주시는 분께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얼짱스타가 이제는 30대가 됐다. 31세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그는 “몸으로 안다. 살이 부쩍 찌기 시작한다”며 웃었다. 예전에는 싫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도전한다며 달라진 자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박한별은 자기애가 강하다며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10대 때 한국무용을 꽤 오래 했어요. 그 근육으로 20대를 버텼는데 이제는 안 되겠더라고요. 제가 먹는 걸 워낙 좋아하는데 이제 살이 찔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러는 와중에 지금 회 맛을 알아버렸지 뭐예요. 연어, 광어에 옥돔까지…. 회 특유의 맛까지 느낄 수 있어요. 옛날 같았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을 텐데 지금은 ‘한 번 해보자’란 마음이 커졌죠. 올여름에는 스킨스쿠버, 골프, 요가를 꾸준히 해보려고요. 벌써 계획이 꽉 찼네요.”
'식신 박한별' 한식이 건강에 최고!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몸소 실천에 옮기는 이가 박한별이 아닐까 싶다. 그는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한 상 가득 차려 먹는 것을 선호한다. 바쁜 촬영 중에도 미리 맛집을 알아내 예약하는 것은 필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이같은 과정은 피곤한 일이 아니다. 반찬은 가짓수가 많을수록, 맛은 좋으면 좋을수록 박한별의 얼굴에 꽃이 핀다. "촬영 중에도 한 끼를 제대로 챙겨먹는 편이에요. '이왕이면 밥은 맛있게 먹자'는 생각이죠. '잘 키운 딸 하나'를 촬영하면서 여러 지방을 돌아다녔어요. 경기도 안성, 광주, 연천, 경남 창원 등 서울에서 촬영하면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였으니까요. 그 덕분에 유명한 맛집은 한 번씩 가봤어요. 안상 장고에서 촬영 할 때도 근처 농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든든하게 한 끼를 제대로 먹었죠.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다양한 종류의 나물, 반찬들을 먹고나니 힘이 절로나더라고요. 역시 한식이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최고의 보양식이에요." |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