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9일 마지막회를 끝으로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골든크로스’는 대한민국 상위 0.001%의 권력 집단 골든크로스와 이에 맞서는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을 다룬 복수극이다. 이 사회 어두운 단면의 데자뷰를 느끼게 하며 씁쓸한 여운과 함께 막 내렸다.
‘골든크로스’는 막 내리기 직전까지도 분위기의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의 허를 찔렀다. 이에 대해 김강우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선전했다”는 다소 겸손한 자평을 남기며 웃었다.
사실 ‘골든크로스’는 김강우에 직접 제의가 들어온 작품은 아니었다. 어느 날 소속사 사무실에 놓여 있던 대본을 우연찮게 읽은 뒤, 그의 적극적인 바람으로 출연이 결정됐다.
“전 주로 영화를 하기 때문에 드라마는 제가 먼저 나서지 않는 이상 러브콜이 들어오진 않아요. 근데 대본이 우선 재미있었고, 드라마에선 잘 나오지 않을 캐릭터라는 점도 끌렸어요. 유현미 작가를 전부터 좋아했는데, 그분의 장기를 최대치로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라고 딱 느꼈죠.”
‘골든크로스’를 통해 김강우의 안에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드라마도 영화 못지 않게 재미있다”는 생각의 변화다. 예전에는 드라마라는 매체가 영화보다 질이 떨어진다 내심 생각했었다는 김강우는 자신의 과거 편견이 완전히 틀렸음을 담담히 털어놨다.
“저도 배우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좀 떨어져서 현장을 봤어요. 스태프들도 배우들도 잠을 못 자면 대충할 수 있을텐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조명 잡은 분이 ‘이 쪽에서 한번 더 가야 된다’, 카메라 잡은 분이 ‘이쪽 앵글 감정 좋으니까 한번 더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는데, 며칠 밤을 못 잔 상태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죠. 근데 그들은 그걸 해내요. 예술을 하는 거예요. 하나에 집중해서 만들어가잖아요.”
김강우는 드라마 현장의 모두가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 때문에 혹사당하는 존재처럼 평가절하 되는 것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는 “물론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면 바꾸는 게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안 된다면 이런 방식도 인정 해줘야 할 것”이라면서 “유기적이고 순간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게 한국드라마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골든크로스’ 마지막회 말미에는 복수를 끝마친 강도윤(김강우)이 어머니와 단 둘이 식사를 하면서 죽은 아버지와 여동생을 떠올리고 울면서 웃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는 교도소에서 출소해 재기를 꿈꾸는 서동하(정보석)와 대조되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더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니란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김강우는 극 중 도윤의 마지막 장면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도윤도 물론 권력에 쉽게 물들 수 있어요. 한번 맛을 보면 명예와 권력만큼 무서운 게 없잖아요. 근데 이미 도윤은 사치와 쾌락을 다 경험해 봤고, 처음엔 부정했던 아버지의 삶이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이었단 걸 알게 된 거예요. 또, 도윤은 권력에 취할 뻔 하더라도 아버지가 떠오르면서 도저히 그렇게는 살 수 없겠죠. 마지막 장면은 그런 도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골든크로스’는 강도윤의 성장드라마가 아니었을까요?”
드라마가 끝난 뒤 김강우는 ‘골든크로스’에 대해 생각했다. 그도 어릴 적 부모님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즐겁게 본 드라마들이 있었고, 재미있는 드라마, 혹은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 등 많은 작품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 가운데 김강우는 “부모님과 얘기를 할 수 있는 드라마, 예컨데 ‘모래시계’처럼 그 시대를 대변해주는 드라마”를 언급하며 ‘골든크로스’에 의미를 뒀다.
“요즘 드라마 트렌드는 소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드라마이고, 그게 사회의 가치를 말하고 있는 듯해요. 다수의 사회문제를 다루고 고민하게 만드는 드라마는 잘 없었는데, ‘골든크로스’가 그랬던 것 같아요.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보기엔 낮은 점수의 드라마죠. 하지만, 이런 드라마를 지지해 주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이 보는 폭은 점점 줄어들 거예요. 영화도 한 장르만 나오면 안 되는 것처럼.”
한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는데, 김강우는 “다만 열심히 하는 것”으로 중심을 지켰다. 마지막 서동하가 암매장을 당할 위기의 장면에선 방전난 체력을 긁어 모아 마지막 분노를 터뜨렸다는 김강우.
“제가 딱히 친화력이 뛰어난 게 아니라 현장을 잘 아우르거나 하진 못했어요. 다만, ‘쟤는 열심히 하는 구나’,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조금 나와도 열심히 해주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게끔 잡아줄 수 있었죠. 형님들이 ‘괜찮냐’며 엉덩이 쳐주고 가시고, ‘끝나고 몸보신 시켜줄게’란 말 들었으면, 그 나름의 역할을 한 게 아닐까요? 제가 주인공으로서 할 수 있었던 건 그거였던 것 같아요.”
“‘멀티’ 안되는 남편…와이프에게 참 고마워요.” |
사진=나무액터스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