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준 기자] 애플이 대화면 스마트폰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공개했다.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강력한 신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4인치 이상 화면의 스마트폰을 만들지 않던 애플이 4.7인치 아이폰6와 5.5인치 아이폰6 플러스를 내놓게 된 데는 대형 화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혁신의 상징으로 꼽히던 애플이 대화면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반응도 엇갈리는 양상이다. 미국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지만, 중국에서는 삼성전자를 모방한 것으로 "애플의 혁신성이 떨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을 두고 이처럼 반응이 양분되는 가운데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의 이야기가 다시금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갤럭시 노트4 제품 설명회에서 대화면 스마트폰이 자리잡기까지 겪어야 했던 수난의 역사를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1년 독일에서 갤럭시 노트를 출시할 당시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주변에서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는 뜻으로 폰과 태블릿의 합성어인 패블릿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갤럭시 노트를 들고 미국 출장을 가면 그렇게 큰 스마트폰을 창피해서 어떻게 쓰느냐는 말도 들었다"며 "하지만 우리는 소비자 조사 결과를 믿었기에 성공을 예감했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의 말처럼 갤럭시 노트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큰 성공을 거뒀고, 제조사들이 대화면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경쟁사인 애플마저 자신들의 철학을 버리고 대화면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니 결론적으로 삼성전자의 전략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자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현재 갤럭시 노트 시리즈와 아이폰6의 가장 큰 차이점은 S펜 기능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를 처음 공개할 때부터 실제 노트에 필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S펜을 탑재해 왔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시장에서 성공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S펜 기능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언젠가 애플도 아이폰에 펜 기능을 도입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절대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애플의 고집도 소비자들의 요구에는 어쩔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