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CJ그룹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놓였다.
횡령과 배임, 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기 때문이다.
1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10부는 "이재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벌금 252억 원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CJ그룹 안팎에선 지난해 이에 전문경영인 이상의 역할을 해 온 이 회장의 공영 공백 장기화는 곧 경영전반에 상당한 어려움을 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재형 CJ 회장 결심공판 참석 / 이형석 기자 |
앞서 지난해 '총수의 빈 자리'를 대신해 손경식 회장을 필두로 사실상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여기에 그룹경영위원회가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그룹경영위원회는 손경식 회장을 위원장으로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 4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심의사항으로는 그룹의 경영안정과 중장기발전전략, 그룹 경영의 신뢰성향상 방안, 그룹의 사회기여도 제고 방안 등이 포함된다.
CJ그룹 측은 이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기존 사업뿐 아니라 신규 해외사업 등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CJ그룹이 투자를 집행하지 못한 금액만 4800억원에 달한다. 당초 계획했던 올 상반기 1조3000억원 가운데 35%를 집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룹 총수인 이 회장 부재로 중요한 의사 결정이 지연되며 상반기 밝힌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지지부진한 상태로 마무리 됐다. 투자액을 2010년 1조3200억원, 2011년 1조7000억원, 2012년 2조9000억원으로 매년 늘려왔다. 2012년에는 외식과 문화 콘텐츠 사업 확대를 위해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0% 초과해 집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은 고스란히 CJ의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CJ는 매출 목표 30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3.9% 감소했고 CJ푸드빌은 적자전환했다. CJ프레시웨이와 CJ CGV, CJ대한통운 역시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68.1%, 6.7%, 55.1% 줄었다. 그룹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CJ그룹의 신규 투자 역시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형국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해외 시장 개척이나 대규모 M&A 등에 대한 의사 결정은 이재현 회장만 할 수 있다"며 "우려했던 경영 공백 후유증은 올해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지만 계열사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함과 동시에 안정적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 경영위원회체제를 통해 경영 안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룹경영위 총괄을 맡은 손 회장은 이 회장의 외삼촌이다. 지난 2005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으며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8년만에 복귀하는 셈이다. 올해 75세인 손 회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77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삼성 그룹내에서 전문경영자로서 활약했다. 1995년부터 CJ그룹 회장직을 맡으며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 그룹을 진두지휘해 온 점을 고려할 때 지금같은 위기 상황에서 적임자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