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매입 프로그램 구체 계획 없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0.3%로 위축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에 시선을 집중했던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리스크에도 ECB가 미지근한 행보를 취하고 있는 데다 정책자들 사이에 이견이 적지 않아 실제 이른바 민간 양적완화(QE)가 이행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진단이다.
2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ECB는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동결한 한편 자산 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자산담보부증권(ABS)와 커버드 본드를 올해 말부터 2년간 시행할 계획을 밝혔을 뿐 경기 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AMD 인베스터 서비스의 마크 오츠왈드 전략가는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실물경기 부양에 대해 자신감 없는 표정으로 일관했다”며 “자산 매입에 대해 일정 부분 내용을 밝혔지만 매우 모호한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슈로더의 아자드 장간나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동반 후퇴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보다 적극적인 자산 매입 계획을 기대했지만 이번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는 과거와 달라진 점이 사실상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앞서 드라기 총재는 ECB의 대차대조표를 2012년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지만 이번에는 이 마저도 한 발 물러서는 인상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피어폰트의 밥 신체 글로벌 전략가는 “ECB의 이른바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은 목표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GMP 증권의 애드리언 밀러 채권 전략가 역시 “무엇보다 드라기 총재가 이번 회의에서 QE와 관련해 어떤 구체적인 정보도 내놓지 않았다”며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상승한 것 자체가 상당히 실망스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코노미스트와 투자가들은 ECB가 앞으로 1년 사이 2000억유로 규모로 ABS와 커버드 본드를 매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대가 점차 희석되는 모습이다. 내부적인 반대 의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실제 부양책 시행이 난항을 맞고 있고, 이를 단행하더라도 시장의 기대만큼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최근까지도 ABS 매입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독일 정책자들을 필두로 한 QE 반대론자들은 ECB가 자산 매입으로 인해 배드뱅크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이날 유럽 주요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프랑스 CAC40 지수가 2.8% 떨어졌고, 영국과 독일 증시 역시 2%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최근 달러화에 대해 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던 유로화는 장중 0.6% 올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