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기 부진 및 ECB에 실망, 러 밸류 매력적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과 이머징마켓에서 상장지수펀드(ETF)의 유동성이 썰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유로존에서 자금이 순유출을 기록한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 부양에 대한 신뢰가 꺾인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린다.
반면 러시아 관련 ETF로 뭉칫돈이 몰려 관심을 끌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대립 속에 러시아 증시가 가파르게 하락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출처:AP/뉴시스] |
7일(현지시각) 유럽 3위 ETF 운용사인 릭소에 따르면 지난 9월 유럽 관련 ETF에서 20억유로(25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 ETF에서 자금이 순유출된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또 자금이 순유출로 반전한 것은 1년만에 발생한 일이다.
릭소의 아무드 라이나스 자산운용 헤드는 “유럽 ETF의 자금 유입이 지난달 반전을 나타냈다”며 “경제 지표 악화와 ECB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드러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시장의 동향을 판단하는 데 ETF가 거울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유럽에 대한 투자 매력이 한풀 꺾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머징마켓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한 주 동안 이머징마켓 관련 ETF에서 12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과 홍콩 관련ETF에서 2억7120만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최근 발생한 홍콩의 과격 시위에 대한 경계감과 중국 경제의 하강에 대한 우려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러시아 관련 ETF는 ‘사자’가 활발하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러시아 관련 ETF로 같은 기간 1억5400만달러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주 동안 이머징마켓 ETF로 유입된 자금 가운데 최고치에 해당한다.
벨레스 캐피탈의 이반 마나엔코 리서치 헤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진정된 데 따라 투자자들이 러시아 증시의 매입을 재개하는 움직임”이라며 “최근 주가 급락에 따른 밸류에이션 매력도 매수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MICEX 지수는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불과 4.8배에 거래되는 실정이다. 이는 이머징마켓 가운데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