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민정 기자] “의원이 질문할 때는 웃지 마세요.”
정희수 국회 기재위원장이 호통을 쳤다. 상대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었다.
정 위원장과 최 부총리는 불과 몇개월 전까지 같은 당(새누리당)에서 손꼽히는 '경제통'으로 여러 사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던 사이였다.
16일 오후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건물 5층 대강당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같은 애매한 상황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의 질의 중 발생했다. ‘최경환 저격수’로 돌아온 박영선 의원이 질의하는 내내 최 부총리를 강하게 쏘아붙였다. 그 사이 최 부총리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이 애쓴 웃음에 정 위원장의 호통이 돌아간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
“’초이노믹스’라는 말이 나오는데 실체가 뭡니까”라는 말로 질의를 시작한 박 의원은 “기재부 보도참고자료에도 ‘초이노믹스’라는 말이 나오는데 남이 붙인 게 아니라 자가발전을 위한 이름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간다”고 몰아세웠다. “전세계적으로 대통령 이름이나 총리 이름에 ‘노믹스’가 붙은 것은 있지만 장관 이름에 ‘노믹스’를 붙인 나라는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왕장관’이라는 말이 그래서 붙는다”며 “청와대에는 ‘왕실장’, 장관은 ‘왕장관’이 있는데 ‘초이노믹스’가 뭐냐고 했더니 ‘별거 없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초이노믹스’가 석 달 만에 “꼬라박고 있다”고도 했다. 경제지표의 선행지수라는 주가가 최 부총리 취임 직후 2012선을 찍었다가 고점인 2092선까지 갔지만 최근에 1920선까지 떨어진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7.30 재보궐선거를 위해서 경기부양책을 썼다가 신뢰를 잃어버렸고 뉴욕 설명회 이후 외국 증권시장 반응이 ‘초이노믹스가 실체가 없다,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최 부총리가 “거짓말을 했다”고도 비판했다. 금산분리, 재정지출 확대효과, 담뱃값 인상에 대해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기업인의 가석방에 대한 최 부총리의 언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에는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면서 “감옥에 있는 최태원 회장은 책을 썼다. 주주의 돈을 훔쳐서 선물 투자해서 감옥에 있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이노믹스’는 부자와 대기업을 선택하는 ‘초이스노믹스’라고 시장이 반응한다”며 “우리 경제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결국 법무부 장관, 기재부 장관, 대통령까지 동원 돼 재벌 회장 하나 살리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다든지 30대 재벌을 위해 정책을 펴면 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의 지속적인 공세에 최경환 부총리도 목소리를 높였다. 최 부총리는 “과도한 추측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말씀을 많이 하셨다”면서 “주식시장 떨어진 것으로 실패한 정책이 아니냐고 하는데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부총리가 바뀐다고 오르고 내리는 게 아니라 기업실적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