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석학들, 주변국 국채 수익률 급등 구조적 적신호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를 필두로 한 유로존 주변국의 국채 수익률 폭등이 단순한 투자심리 냉각을 넘어 보다 심각한 위기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경제 석학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른바 스마트머니들은 양적완화(QE)의 불발 가능성에 베팅하고 나서 석학들의 경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구조적 위기 상황 예고
지난 한 달 사이 그리스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00bp 치솟은 것을 포함해 주변국 국채 수익률과 스프레드가 일제히 폭등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를 반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구조적인 리스크를 암시한다는 주장이 꼬리를 물고 있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과거 1997~1998년 혹은 2007~2008년 발생했던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적신호라는 얘기다.
사우샘프턴 대학의 리처드 워너 교수는 “유로존 경제의 근본적인 회복이라는 것은 꿈 같은 희망일 뿐”이라며 “유로존 남부 회원국의 금융권 유동성이 대폭 축소됐고, 이는 경제 전반이 느린 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그리스,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로 점차 확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폴란드와 헝가리, 불가리아 등 유로존 외부에서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제프리스의 마이클 알렉산드로비히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전체의 핵심 인플레이션은 세금 효과를 감안할 때 마이너스 0.53%로 떨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디플레이션 리스크와 관련, 시장 전문가들이 예의주시하는 5년물 스왑 금리는 최근 1.68%로 사상 최저치 기록을 세운 상황이다.
크로스보더캐피탈은 “통화 디플레이션의 여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되는 한편 중앙은행은 이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상황이 2007~2008년과 같은 대공황 이후 최대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1997~1998년에 준하는 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은 상당히 농후하다”고 진단했다.
◆ 스마트머니, QE 불발에 베팅
경제 지표 부진이 독일까지 확산되자 ECB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크게 고조됐지만 스마트머니는 QE 불발을 점치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주피터 애셋 매니지먼트를 포함해 그리스 국채 매입에 적극 나섰던 투자은행들이 앞다퉈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주피터의 아리엘 베자렐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ECB가 자산 매입 프로그램 시행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며 “유로존 위기가 가까운 시일 안에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달러화와 미국 및 독일 국채 등 안전자산이 강하게 랠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인테사 상파올로의 안나 그리말디 이코노미스트 역시 “ECB가 자산 매입을 실제 단행한다 하더라도 전체 규모가 4000억유로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의 리처드 쿠 이코노미스트는 “가계와 기업이 부채축소에 나선 상황에 ECB의 목표물 장기저리대출(TLTRO)는 무용지물”이라며 “유로존 경제는 결국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990년대 일본은행의 부양책 시행 당시 QE라는 용어를 창안한 워너 교수도 “유로존이 일본은행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며 “위기는 공급이 아닌 수요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