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혁신·좁아진 기술격차로 라인업 확대
[뉴스핌=이강혁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다품종 전략을 꾀하고 있다. 프리미엄급 주력 제품에 집중하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규모를 함께 키워온 스마트폰 업체들이 정체된 혁신과 좁아진 기술격차, 여기에 업체간 경쟁 심화현상까지 고착화되면서 특정 상품에만 기대지 않겠다는 제품 라인업 확대 전략에 팔을 걷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다품종 전략의 원조격인 삼성전자는 하이엔드(high end·고가) 제품군과 로우엔드(low end·저가) 제품군까지 주력 제품의 파생 모델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모델은 100여종에 이른다. 애플 역시 하나의 제품만을 고집하던 추세를 버리고 다품종 경쟁을 저울질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다품종 전략에 따른 재고 부담 등으로 오히려 영업실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각 스마트폰 업체들은 박리다매식 다품종 전략보다는 철저한 맞춤형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스마트폰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
◆플래그십 집중도 낮추고 파생 모델 다양화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고 플래그십(flagship) 전략의 집중도를 낮추는 분위기다. 어느 특정 제품이 이른바 '한방'을 터트려 줄 지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제품 라인업 다양화는 이제 추세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이는 프리미엄급 주력 스마트폰이 가져다 주던 이익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점유율 경쟁만큼은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한 몫한다. 점유율 하락은 결과적으로 제품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대신 다품종 전략을 보다 확대하고 있다. 갤러시 S 시리즈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 등 최상위 프리미엄급 주력 제품의 비중을 낮춰잡으면서 대표 시리즈의 파생 모델을 늘리고 가격 정책도 다양하게 가져가고 있다.
수치상으로도 이런 현상은 극명하게 보여진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갤럭시 S 시리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22012년 38%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33%로 낮아졌다. 올해는 20%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갤럭시 S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이익에서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력 모델이지만 그 비중을 점차 줄여가는 셈이다.
줄어든 숫자는 갤럭시 노트 등 대화면 패블릿 라인업과 더불어 S 시리즈의 파생 모델과 어느 하나의 기능만을 특화한 변종 모델의 중저가 라인업을 늘리는 것으로 메우고 있다. 올해에만 갤럭시S5에 이어 갤럭시K줌, 갤럭시F, 갤럭시 미니, 갤럭시W, 갤럭시A 등 제품 라인업은 소비자들이 헷갈리 정도로 다양화된 상태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 종류는 총 40종에 이르고 해외 시장 전체로는 100여종이 풀려있다.
애플 역시 삼성전자의 이같은 전략을 따라 아이폰 시리즈 시장 전략의 변화를 모색 중이다. 최근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아이폰6를 주력으로 아이폰6플러스의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도 발을 들여놨다. 지난해에는 중저가 모델인 아이폰5C를 내놓는 등 제품 다양화 전략에 나선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전략이 플래그십 모델 집중화보다는 다양한 모델과 가격정책을 바탕으로 다품종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며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 모델에 의존하기 보다는 다양한 제품을 통해 맞춤형 시장 공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올 4분기 스마트폰 전략에 대해 "스마트폰 제품 차별화를 확대하면서 중저가 라인업을 보강하겠다"고 제품군 확대 의지를 높였다.
◆ 재고 문제, 마진 감소 등 다품종 전략 부작용 우려
다만 이같은 다품종 전략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히려 스마트폰 시장과 업체의 성장에는 바람직 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중국 업체 등 신흥 스마트폰 주자들이 물량 공세를 시작한 상황에서 소비자 기호에 맞춘 품종 다양화는 결국 재고 문제와 마진 감소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품종 전략의 원조인 삼성전자의 최근 이익 하향세는 단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며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자칫 주력 제품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고 더불어 제조 비용과 재고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제품군 확대와 이에 따른 구모델의 가격 인하, 재고 부담 등의 여파로 마케팅 비용만 크게 높아져 영업실적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대를 돌파한 이후 재고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올 1분기 8조원대, 2분기 7조원대로 분기 영업이익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에는 4조1000억원이라는 분기 실적을 내놓고 여전히 뚜렷한 위기 탈출의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