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배우 문정희(38)가 올겨울 극장가를 점령했다. 지난 13일 ‘카트’ 개봉이 무섭게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 것. 이 정도 간극이면 살짝 질릴 법도 한데 어째 진부하거나 식상하지가 않다. 이미지를 소모했다는 느낌도 없다. 아마도 영화적 색깔부터 캐릭터까지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그 덕(?)에 관객은 상영관만 옮기면 전혀 다른 두 얼굴의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됐다. 문정희인 듯 문정희 아닌 문정희 같은 두 여자를.
싱글맘 비정규직 혜미(영화 ‘카트’)가 더마트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남편과 자식을 위해 미용실 가위를 들었다. 20일 개봉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만년 백수 아빠 태만(김상경)을 딸 아영(최다인)이 학교 아나바다 행사에 내놓으며 벌어지는 헤프닝을 그린 행복 재생 코미디다.
“가장 날씨 좋을 때 찍은 영화예요. 더군다나 ‘숨바꼭질’ 찍고 지쳐있을 때 한 작품이라 확실히 힐링도 됐죠. 아무래도 캐릭터 영향으로 좀 드세졌을 무렵이었거든요(웃음). 그래서 조금 부드럽고 여성적인 작품을 하고 싶었고요. 진짜 고생도 안해서 보너스 받은 기분이었죠. 거기다 김상경 선배는 물론이고, 감독님 유쾌하시지. 우리 딸(최다인) 귀엽지, (조)재윤 오빠 웃기지, (방)민아 아이돌이라 팬들이 맛있는 거 챙겨주지, 정말 좋았어요.”
극중 문정희가 열연한 인물은 태만의 아내 지수. 실력 있는 미용사로 동네 단골손님을 꽉 잡고 있는 그는 만년 백수 남편 태만과 천방지축 딸 아영을 먹여 살리는 생활력 강한 슈퍼맘이다. 물론 이번에도 다소 억척스러운 면모는 있지만, 줄곧 사랑을 갈구(?)하던 전작 속 모습과 달리 남편과 딸의 무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다.
“그러게요. 사실 이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어요(웃음).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어울리는 느낌이잖아요. 직업이 또 미용사라 헤어스타일도 해보고 싶은 대로 다 하자 싶었죠. 미용실은 주인이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많이 좌우된다고 하더라고요. 또 보면 딸이나 남편의 머리도 항상 깔끔하고 예뻐요. 그런 부분에서도 지수의 꼼꼼한 면모가 드러나죠. 겉으로는 구박하나 진심은 그렇지 않은, 따뜻함이 있는 인물이죠. 책임감도 강하고요.”
사실 지수가 따뜻한 캐릭터임은 영화의 시놉시스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집안일도 돕지 않는 백수에 야심 차게 벌인 사업들은 죄다 실패하는 남편. 툭 터놓고 이쯤 되면 갈라설 법도 하지 않는가. 그런데 지수는 자그마치 10년이란 시간 동안 남편의 울타리가 돼줬다. “실제 남편은 그럴 일이 없으니 글로만 이해하는 거 아니냐”는 장난스러운 타박에 문정희는 단박에 손사래를 쳤다. 덧붙이자면 그의 남편은 미국 명문대 MBA를 마치고 국내 10대 대기업에 재직 중인 키 186cm의 훈남이다.
“그렇지도 않아요(웃음). 저희 신랑도 잠깐 몇 달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텀이 생겼어요. 물론 그 기간이 길진 않았지만, 당시에 이러다 몇 년씩 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둘 중 한 명이 일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아직 결혼을 안했으면 다른 답변을 내놨을 수 있죠. 그런데 막상 결혼하니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어쨌든 제 가족의 일이니 제 일인 셈이잖아요. 남자친구가 아니라 남편이 되면 정말 달라요.”
앞서 언급했듯 지난 13일 ‘카트’ 개봉에 이어 20일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까지, 문정희는 자신의 출연작 두 개를 동시기에 극장가에 걸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어깨는 무거울 터.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 극장가에는 ‘인터스텔라’ 열풍이 거세다. 개봉 3주차인 지금까지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유지, 무서운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양심상(?) 아직 ‘인터스텔라’를 보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 역시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물론 경쟁작에 대한 견제라기보다 한국 영화 흥행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우려다.
“‘인터스텔라’ 훌륭하죠. 개인적으로 콘텐츠나 시나리오에 대한 다양함은 그 나라의 수준, 제작 환경에 영향을 받고, 또 그 나라에 어떤 것들이 이슈가 되는지부터 사회문제까지 볼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도 영화 산업이 발전하고 있으니까 좋은 시나리오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죠. 요즘엔 작품 자체에 완성도가 있어야 잘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시나리오에 대한 양성과 투자들이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우리라고 ‘인터스텔라’ 못 만들겠어요?(웃음)”
내친김에 차기작은 직접 쓴 시나리오가 어떠냐는 제안에 그는 환하게 웃으며 “우선 한 달간 방학”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2012년부터 영화와 드라마를 연이어 선보이며 정말 쉴 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 남은 11월, 영화 홍보에 매진한 후 12월에는 모처럼 가족과 따뜻한 연말을 보낼 예정이다.
“‘연가시’부터 ‘숨바꼭질’, ‘마마’, ‘카트’,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까지, 숨을 계속 못 고르고 있었어요. 항상 일했죠. 게다가 이렇게 두 작품이 한꺼번에 개봉하다 보니 쭉 달리게 된 듯해요. 그래서 우선 연말은 조금 쉬고 내년에 다시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려고요. ‘카트’는 사회적으로 의미와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고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장르적 따뜻함이 있는 가족 휴먼 드라마니까 두 작품 모두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합니다(웃음).”
문정희가 말하는 엑소 디오, 그리고 걸스데이 민아 ‘카트’와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를 찍으며 문정희가 겪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이돌과 함께 연기했다는 것. 먼저 개봉한 ‘카트’에서는 그룹 엑소(EXO)에서 디오로 활동 중인 도경수와 함께 출연했다. 이어 선보인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는 걸그룹 걸스데이 민아와 호흡을 맞췄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민아가 ‘세상만사’라는 곡을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보고 가수는 가수구나 싶었죠. 정말 잘하더라고요. 사실 촬영 시기로 따지면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가 먼저고 ‘카트’가 이후잖아요. 그래서 만난 거 역시 민아가 먼저였죠. 민아를 보면서는 정말 요즘 아이돌이 재능이 많다는 걸 확실히 느꼈어요. 반면 ‘카트’ 경수의 경우에는 연기력이 필요로 한 역할이었어요. 그래서 솔직히 처음에는 아이돌인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죠. 그런데 그런 걱정을 싹 사라지게 한 친구예요. 또 제가 여러 번 말했지만, 내면이 아주 좋은 친구죠. 무엇보다 이 친구들 근성이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연습생 시절을 겪어서 그런지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마음가짐, 단체생활을 통해 다져진 부분들을 높이 사죠. 물론 아이돌 연기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도 있겠지만, 제가 경험하기에는 가수면 가수 연기면 연기, 다방면에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또 임시완 씨나 박유천 씨 같은 경우는 아이돌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연기력을 갖춘 배우지 않나요?(웃음)”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