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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미생 '하대리' 전석호 "인간이기 때문에 모두가 다 미생"

기사입력 : 2014년12월15일 16:27

최종수정 : 2014년12월15일 18:03

 

[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나쁜 남자의 매력은 어디까지 일까.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매회 최고 시청률을 자체 갱신하고 있다. 케이블 드라마의 흥행 신화로 불리는 tvN ‘응답하라 1994’의 뒤를 잇는 열풍이다. 특히 ‘미생’은 임시완, 강소라, 변요한, 강하늘 등 연기력이 탄탄한 신인급 배우 라인과 이성민, 이경영 등 든든한 경력 배우라인이 합쳐져 시너지를 내고 있다. 여기에 대중에게는 낯설지만 오래 무대 생활을 경험한 베테랑 배우들이 합세해 사실감 있는 연기를 펼치며 완전체를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안영이(강소라)에게 “야 안영이” “너 미쳤어” “꺼져” 뿐만 아니라 '삐' 처리가 될 정도로 욕도 서슴지 않으며 후배에게 면박을 주는 하대리가 눈길을 끈다.

 ‘미생’ 속 하대리는 후배 엘리트 사원 안영이에게 온갖 짜증 섞인 말투로 무시하거나 화를 낸다. 그러다가도 뒤에서는 은근슬쩍 챙겨 주는 반전 매력을 가진 인물이다. ‘미생’ 속 하대리를 마주한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후배를 막 대하는 하대리가 밉다가도 남들 모르게 안영이의 조력자가 되주는 그의 면모에 호감을 보냈다. 이 같은 하대리의 성격 때문에 시청자들은 하대리에 ‘츤데레’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츤데레는 처음엔 퉁명스럽고 차갑게 상대를 대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정이 생기면서 베풀어주는 성향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일본에서 시작된 인터넷 용어다. ‘미생’에서 하대리 역을 맡은 배우 전석호(30)는 츤데레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듯 전석호는 연극 무대 생활 10년 만에 브라운관 첫 나들이에서 시청자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게다가 대중과도 빠르게 친숙해졌다. 심지어 그와 관련한 인터넷 기사의 댓글에는 하대리의 짜증스러운 표정을 나타내는 이모티콘 ‘-A-’이 줄을 잇는다. 이 같은 열렬한 반응을 예상했느냐는 물음에 전석호는 “전혀 예상 못했다. 지금의 인기는 다 거품이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는 ‘미생’에 출연하게 된 이야기를 듣게 됐다. 하마터면 우리는 그를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미생’을 쓰신 윤태호 작가를 참 좋아하거든요. 그분의 작품도 다 즐겨 봤고요. 그래서 관심이 갔었죠. 그런데 무엇보다 드라마 ‘미생’을 출연하게 된 건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좋아서였어요. ‘미생’ 캐스팅 디렉터님과 감독님이 제가 출연했던 영화 ‘조난자’나 여러 작품을 보시고 ‘한번 만나보자’고 연락을 주셨어요. 직접 뵙고 여러 이야기를 해보니 ‘이 분들과 함께라면 내가 믿고 따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나 출연하고 싶었는데 당시에 공연 중이던 연극이 있어서 못할 뻔 했다가 마지막 공연 날 시간을 비워두라는 감독님의 말씀으로 성사가 됐어요. 그리고 하대리의 옷을 입게 된거죠(웃음).”

하대리의 까칠함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전석호는 “사람이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 하대리는 가려치는 방식이 서툰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하대리와 비슷한 모습이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서 보이는 하대리의 성난 표정도 ‘미생’을 통해서 처음 알게됐다고 했다.

“제 말투도 하대리와 비슷해요. 인상도 센 편이죠. 하대리는 서툰 사람이에요. 하…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쉽지 않은데 방법을 잘 모르는거죠. 대한민국의 학교, 군대, 회사에서 통하는 이등병 훈련법인 거예요. 남자애들도 적응하기 힘든데 여자인 안영이에게까지, 참 곤란하죠. 저나 하대리나 다른 방식으로 상대를 대할줄 알아야 하는데 비뚤게 밖에 표현이 안 되나 봐요. 그런데 저도 안영이같은 상황을 느낀 적 있어요. 오늘만 해도 그래요.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러 입구에 들어서려는데 경비아저씨께서 막으시더라고요. ‘안돼, 안돼, 안돼’라고 화를 내시면서요. 이유도 없어요. 제가 왜 안 되냐고 물으니 그제야 ‘출구야’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처음부터 말씀해주셨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무턱대고 안 되다고만 하시니 저도 좀 머쓱했죠(웃음).”

 

‘미생’을 통해 시청자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전석호는 무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교수님, 학교 선배로부터 ‘배우는 말할 수 있어야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워왔고 무대가 그런 곳이라 생각했다. 무대는 그가 현재 자유롭고 살아있다는 희열을 주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전석호는 대중매체보다 무대를 택했다. 흔히 연극영화과를 졸업하면 배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소속사를 알아보고 TV 드라마나 영화 오디션에 도전해 스타 배우로 발돋움하길 원한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자는 사회에서 주류로 통한다. 그 이외는 비주류로 나눠버린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구분법일 수 있다. 전석호는 자신을 ‘비주류’라고 했다. 그리고 ‘미생’이라고 했다. 그러나 완생을 쫓아갈 마음은 없다.

“제가 지금 행복한 이유는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 제가 원하는 연기를 하기 때문이에요. 단지 제가 남들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것뿐이지 저는 제가 선택한 일에 후회가 없고 크게 만족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저는 미생이죠. 아무리 잘한다 해도 실력이나 여러 방면에서 봤을 때 준비해야 할 게 많은 신입사원입니다. 준비 시간이 꽤 걸릴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해서 완생만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완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거든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 부족한 미생이 모여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꿈이라면, 저는 나중에 나이가 들면 도서지역이나 문화 낙후 지역에가서 아이들과 함께 연극이나 공연을 하고 싶어요. 예전에 시골 마을에 공연을 간 적이 있는데 어린 아이들이 1년에 연극 1편도 못보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그 친구들과 공연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생각만 해도 참 행복할 것 같은데요?”

[장소 협조=여의도 스마일 플라워]

 


"컴맹, 아날로그가 아직은 더 편해요"

전석호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의 감성이 짙은 사람이었다. 아직도 핸드폰 문자보다 전화를 선호하고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다. 얼굴을 보고 말하고 듣고 함께 교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기계를 마주한 채로 나누는 소통이 너무 메마른 것 같다고 했다. 

“컴퓨터도 제대로 못 다루는 편이에요. 제 관련 기사도 컴퓨터를 통해 읽기보다 주로 제 지인들을 통해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들이 요즘 지하철이나 혹인 잠깐 짬만 나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라고요. 안타까워요. 저도 물론 핸드폰으로도 가볍게 기사를 보거나 간단하게 문자를 하지만 사실 기계와 친한 편이 아니에요. 시간이 나면 직접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좋아요. 정을 나눌 수 있고 ‘사람 냄새’가 나야죠. 드라마 ‘미생’이 인기가 많은 이유가 이 때문 아닌가요? 사람으로 북적대는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 냄새’가 여의도 화이트 족에서 보였으니까요. 어쩌면 그들에게서 인간미는 느껴지지 않을 거라는 점이 우리가 간과한 부분일 거예요. 사실은 우리의 아버지, 내 친구, 나의 이야기인데 말이죠.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고 그들의 입장을 들여다볼 이유가 있어요. 사람과 직접 마주하는 소통이 부족해지는 면에서 가속을 내고 있는 디지털 사회가 가끔은 씁쓸하기도 합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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