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유지 위해 미국 셰일업계 압박
[뉴스핌=배효진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셰일 업체를 상대로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저유가를 둘러싼 양 측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원유생산현장 [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
사우디는 지난 11월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량 쿼터 유지 결정을 주도하며 유가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내년도 39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무릅쓰고 더욱 싼 값에 석유를 공급해 세계 원유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FT는 "사우디가 계속해서 저유가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2008년의 교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국제 유가는 연초 대비 절반 가까이 빠졌는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5%를 큰 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29일 기준으로 올 초 배럴당 107.79달러에서 50% 가까이 내린 55.87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사우디는 OPEC 리더이자 가격 조정자로서 급락한 유가 반등을 위해 산유량 축소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OPEC 회원국들과 비OPEC 산유국들은 수입 감소를 우려해 산유량을 기존대로 유지했으며 사우디의 시장점유율은 줄어들었다.
최근 글로벌 석유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 석유 생산량 중 3분의 1은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며 하루 200만 배럴 이상을 생산하는 비OPEC 산유국들의 프로젝트도 위기상황에 처했다.
FT는 "수십억 달러의 손실에도 OPEC은 지난 11월 회의에서 하루 3000만배럴 생산을 유지키로 했다"며 "당장의 수익보다 시장점유율 유지라는 장기적인 목적을 선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셰일오일 등 비OPEC 산유업계에 대해서는 "(중동에 비해) 생산단가가 높은 원유 생산이 지속되지 않을 경우 성장세가 점차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 등 전통 산유국들의 공세에 이에 미국 셰일 업계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30일(현지시각) 원유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내 회전식 시추공 수는 지난 4월 이후 최저치인 1840개에 그쳤으며 시추공 수는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또 지난 19일 셰일오일업체 컴스톡리소스는 텍사스주 동남부 이글퍼드와 미시시피 지역 일부 셰일유정에 대한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두 곳은 미국내 대표적 셰일원유 생산지다.
셰일원유를 생산하기 위한 단가가 높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노르웨이 에너지전문 컨설팅업체 라이스태드 에너지에 따르면 미국 셰일업체의 원유 생산비용은 OPEC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1배럴 생산을 기준으로 중동은 평균 손익분기점이 29달러인 반면, 미국 셰일원유는 62달러다. 현재 서부텍사스산경질유(WTI) 가격인 54.12달러를 기준으로 할 경우 미국 세일업계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셈이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