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지수 12년래 최저, 美 30년물 국채수익률 사상최저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금융시장이 14일(현지시각) 패닉을 연출했다.
유럽과 뉴욕증시가 가파르게 하락, 베어마켓 진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었고 주요 상품 가격이 일제히 폭락했다.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등 투자자들의 ‘리스크-오프’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세계은행이 전날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6월 제시한 3.4%에서 3.0%로 하향 조정한 데다 지난 12월 쇼핑시즌 미국 소매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뉴욕증권거래소[출처:신화/뉴시스] |
상품시장의 수퍼사이클이 꺾인 사실이 명백하게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삭소은행의 올레 한센 상품 전략가는 “원자재 시장의 전망이 급변하고 있다”며 “경기 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번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1% 급락한 상황이다. 이 밖에 유가와 니켈, 콩 등 주요 상품 가격이 속속 베어마켓(하락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폭락장을 연출했다. 이날 영국 증시가 2% 이상 내려앉았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가 일제히 1.5% 내외로 하락했다.
뉴욕증시 역시 원자재 섹터가 극심한 하락 압박을 받은 가운데 다우존스 지수가 장중 3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와 S&P500 지수 역시 1% 내외로 밀렸다.
반면 국채시장은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1.788%까지 밀리며 2013년 5월 이후 최저치 기록을 세웠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2.3950%까지 밀리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0.429% 떨어졌다. 또 금 선물은 장중 온스당 1245달러까지 상승하며 3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유로존과 중국, 미국에 이르기까지 주요국의 성장이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분석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 소매판매가 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에 해당한다.
또 지난해 연간 소매판매 역시 4%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중국 내수 경기에 대한 전망 역시 어둡다. 도이체방크는 중국 민간 소비 증가가 2009년 이후 최저치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츠비시 UFJ 즈권의 토마스 로스 디렉터는 “글로벌 경기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만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