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 민간부문, 그리스 익스포저 높아
[뉴스핌=배효진 기자] 지난 25일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한 시리자와 그리스독립당 연립정부의 부채탕감 요구에 독일 등 유럽 채권단이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지만 그리스의 요구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27일(현지시각) 분석했다.
유럽연합(왼쪽)과 그리스 국기 [사진: AP/뉴시스] |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75%에 육박하는 그리스 부채는 3170억유로(약 389조원) 규모다. 그 중 3분의 2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이 빌려줬다.
EFSF는 미국 재무부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만든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서 착안한 기구로 채권을 발행해 유로존 금융위기를 해결한다. 현재 독일·프랑스의 EFSF 자금 지원 규모는 3700억유로로 전체의 50% 가량이다. 그만큼 이들 국가의 그리스 익스포저(특정 기업 또는 국가와 연관된 금액의 정도)가 높은 셈이다.
문제는 높은 익스포저가 은행이 아닌 민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릴 IESEG 경영대학교 에릭 도르 박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독일 은행의 그리스 국채 익스포저는 1억8100만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반면 독일 국민의 그리스 국채 익스포저는 413억달러에 이른다. 프랑스도 은행과 민간이 각각 1억200만달러, 310억달러로 격차가 크다.
마이크 셰들록 자산 매니저는 "EFSF를 통해 독일·프랑스 은행의 그리스 익스포저가 모두 민간으로 옮겨갔다"며 "결국 그리스가 아닌 유로존 은행권만 회생시켜준 꼴"이라고 평가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그리스는 유로존을 탈퇴할 만큼 여건이 좋은 반면 독일은 유로존을 떠날 경우 마르크화가 절상되고 독일 경제는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문제는 그리스가 아닌 독일"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유럽 채권단이 그리스의 탕감 요구를 수용하고 유로존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칼럼니스트는 "그동안 구제금융 대부분이 경제회생이 아닌 그리스 정부와 은행의 악성 대출 청산에 쓰였다"며 "최선은 정치·경제 현대화를 전제로 한 개혁안과 부채탕감을 맞교환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반면 부채탕감 협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여전하다.
기드온 래치먼 FT 칼럼니스트는 ▲북유럽에 대한 정치적 반발 ▲남유럽 내 급진좌파 난립과 부채탕감으로 인한 시장 신뢰 붕괴 ▲EU 결속 약화와 디폴트 전이 우려를 꼽으며 부채를 탐감해주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ECB 양적완화와 저유가를 이용해 그리스 경제는 부채탕감 없이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알렉산더 스툽 총리도 "핀란드 한 해 예산의 2%에 해당하는 10억유로를 그리스에 빌려줬다"며 "부채탕감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핀란드 내 급진적 민족주의 정당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설 우려가 높다"고 걱정을 표시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