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업계 대표 라이벌 경영전면 급부상 닮은꼴
[뉴스핌=김연순 기자] 인수합병(M&A)을 앞세워 경영전면에 나선 조현식(사진 좌측)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박세창(사진 우측)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조 사장이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경영 전면에 등장한 케이스라면, 박 부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 최전선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아버지인 박삼구 회장을 도와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할 경우 박 부사장으로의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등장 배경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M&A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경영전면에 급부상했다는 점, 타이어업계의 대표적인 라이벌 오너 3세라는 점이 닮은꼴이다. 또한 조 사장(1970년생)과 박 부사장(1975년생)은 다섯 살의 나이 차는 있지만 재계 오너 3세 중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조현식(왼쪽)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박세창(오른쪽) 금호타이어 부사장 |
4일 재계에 따르면 박세창 부사장은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의 본격적인 인수전을 앞두고 박삼구 회장을 도와 계열사 인수를 위한 측면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 부사장이) 계열사 인수를 앞두고 공식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자신과 그룹, 오너의 일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 부사장은 몇해 전부터 시장 전략 수립 등 기업의 핵심적인 사안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박 부사장은 그룹 전면에서 경영수업과 경영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박삼구 회장은 지난달 26일 장남인 박 부사장을 입사 13년 만에 처음으로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에 전면 배치했다.
박 부사장이 맡은 아시아나애바카스는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로 항공예약·발권 시스템과 호텔 및 렌터카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박 부사장의 경영수업이 타이어사업에서 항공분야까지 넓어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업계에선 박 부사장이 그룹의 주력사업인 항공업에 대한 경영수업에 나선 것과 관련 박 회장의 향후 밑그림이 투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사장이 박 회장을 도와 금호산업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박 부사장에 대한 경영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해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그룹 주요 계열사 인수를 앞두고 박삼구 회장이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한 것은 금호산업 인수 후 (박세창 부사장에 대한) 경영승계 작업까지 염두해 뒀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대표 라이벌인 대한항공 오너3세들이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승계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박 부사장은 금호그룹 주요 계열사의 인수와 맞물려 그룹 전면에 깜짝 등장한 셈이다.
박 부사장은 3세 CEO로서는 특이하게 연세대 생물학과를 나온 후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학석사(MBA)과정을 마쳤다.
박 부사장은 MBA를 마친 2005년 10월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이듬해 12월 그룹의 핵심인 전략경영담당 이사로 승진했다. 이후 박 부사장은 2008년 12월 전략관리부문 상무, 2011년 1월 금호타이어 전무, 2011년 12월 금호타이어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박 부사장은 그룹 및 각 계열사의 경영컨설팅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각 사의 영업활동, 고객서비스 등 경영현황을 진단하고 시스템 개선 및 향후 전략 수립에 나서며 성과를 내왔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M&A시장을 뜨겁게 달구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대표적인 인물은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이다. 조 사장은 지난해 말 4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2위 자동차공조업체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공동 인수에 성공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또한 올해 초에는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KT렌탈 인수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승부사로서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조 사장은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인수를 통해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동시에 평소 언급해온 자동차 부품시장 외연 넓히기를 현실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5년 시러큐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조 사장은 그해 10월 미국 미쯔비시상사에 입사해 2년간 경영 경험을 쌓았다. 이후 1997년 6월 한국타이어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2000년 경영혁신팀 차장을 거쳐 2003년에는 글로벌 해외영업본부장(상무) 직을 맡았다.
당시 조 사장은 포드와 제너럴모터스,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와 파트너십 구축을 진두 지휘했으며, 이는 이후 아우디와 BMW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에 한국타이어 상품을 공급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2004년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2006년에는 마케팅본부장, 2008년부터는 한국지역본부장을 두루 거친 후 2010년 6월 마침내 한국타이어 사장 자리에 오른다. 지난 2012년 9월부터는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CEO)를 역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 관계자는 "조 사장은 재임기간 중 국내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켰고, 2009년 국내 타이어 시장점유율 50% 이상으로 국내 1위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격될 만큼 경영능력을 검증받았다"고 전했다.
조 사장과 박 부사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들의 인연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연결고리로 가까워진 조 사장과 박 부사장은 타이어업계 라이벌이면서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사장과 정 부회장은 경복초등학교 동기 동창이고, 정 부회장과 박 부사장은 휘문고 동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세창 부사장은 오너3세 중에서도 정의선 부회장과 조현식 사장과 대표적으로 친분이 있다"면서 "성향면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M&A를 연결고리로 그룹 경영전면에 나선 박 부사장과 조 사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