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 증가에 강동구·서대문구 미분양 팔려
[뉴스핌=이동훈 기자] 주택시장 열기가 신규 분양시장을 넘어 서울 미분양 주택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이후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
주요 지역에서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를 넘어서자 내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주택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투자수요가 아파트 매입에 나선 점도 미분양 소진이 빨라진 이유로 풀이된다.
최근 대출이자가 낮아지는 추세인 것도 미분양이 줄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에서 1.75%로 내렸다. 은행권도 대출 이자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실수요 증가에 강동구·서대문구 미분양 팔려<자료=지자체 취합> 송유미 미술기자
17일 부동산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이후 서울지역 주요 기존 미분양주택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강동구의 대표적 미분양 아파트인 ‘래미안 힐스테이트’가 대표적인 단지다. 삼성물산이 주간사로 참여한 이 단지는 지난해 4월 계약을 시작해 반년 넘게 거의 팔리지 않았다. 서울 미분양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인기 단지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미분양은 10월 말 884가구에서 연말에는 726가구로 줄었다. 지난 2월에는 계약이 탄력을 받아 400여가구로 크게 감소했다.
강동구청 주택 재건축과 관계자는 “지난 2월 28일 442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지만 지난해말과 비교하면 상당히 호전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올해 상반기 중 분양이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삼성물산은 기대하고 있다.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계약자 혜택을 늘렸다. 확장비 무상제공(1300만원 상당)과 계약금 10%에서 정액제 1000만원으로 바꾼 것.
삼성물산 김영민 분양소장은 “계약을 망설이던 실수요자들이 전셋값 폭등과 부동산3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매입에 나서고 있다”며 “올 초부터 미분양 계약이 눈에 띄게 늘더니 2월 들어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약자 중 90%가 실수요자이며 올 상반기 내 분양이 종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 분양해 장기간 미분양된 서대문 만가좌동 ‘가재울4구역’(일반분양 1550가구)도 입주 시점이 임박하면서 미분양이 줄고 있다. 이 아파트 미분양은 지난해 11월 기준 135가구에서 12월에는 105가구로 줄었다. 2월 들어 50여가구로 감소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용산구 ‘용산푸르지오 써밋’도 미분양이 팔려나가고 있다. 올 들어 매달 10여건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것. 미분양 주택수는 지난해 말 77가구에서 최근 60여 가구로 줄었다. 계약 초기 시행하지 않았던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금리인하로 주택시장 더 뜨거울 듯
건설업계에서는 당분간 미분양 주택의 소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전셋값이 꺾일 줄 모르고 상승한 데다 금리인하로 주택 구입 부담이 다소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실장은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특히 신규 분양이나 입지가 검증한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에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택경기가 장기간 호황을 누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무리한 대출을 받아 주택매입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기준금리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고 공급과잉 우려도 있어 무리한 주택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며 “집값의 30% 정도의 대출로 내집을 마련한다는 계획으로 주택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