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구글-안드로이드·B2B 시장 공략 위해 뭉쳐
[뉴스핌=배효진 기자]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제공하는 오피스 제품을 기본 탑재키로 24일 결정했다.
탑재가 결정된 제품은 오피스(워드·엑셀·파워포인트)와 메모서비스 원노트,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 원드라이브, 인터넷 음성 통화서비스 스카이프다.
앞서 지난달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에 MS 클라우드 서비스를 탑재키로 한 후 한 달 새 오피스 탑재까지 결정하면서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비즈니스 세계의 격언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삼성전자 로고 [출처:삼성전자] |
지난해부터 특허료 분쟁으로 얼굴을 붉혔던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구글-안드로이드 타도와 B2B(기업 간 거래) 시장 공략이라는 원대한 목표 아래 또 다시 손을 잡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옴니아를 출시하는 등 MS와 둘도 없는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2012년 갤럭시S를 시작으로 삼성이 구글 안드로이드 OS와 손 잡으면서 양 사의 관계는 멀어졌었다.
이후 지난해 소송전을 기점으로 양 사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 듯 했다. MS가 삼성이 안드로이드 OS에 탑재된 자사 특허 로열티를 제때 지급하지 않고, 뒤늦게 지급하고도 이자를 내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뉴욕 맨해튼 연방 지방법원에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양 사가 구글 의존도 탈피와 B2B 시장 공략을 위해 아주 현명한 거래를 체결했다고 분석한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삼성은 MS 오피스 사전탑재 시험 제품으로 스마트폰이 아닌 태블릿을 택했다. MS 오피스의 사전탑재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최적의 결정을 내린 셈이다.
아울러 삼성은 기본 탑재된 MS앱들의 삭제 기능도 추가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포럼 웹사이트인 XDA는 지난 21일 삼성이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에 기본 탑재된 MS 앱은 물론 구글의 사전탑재 앱도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MS와의 협력으로 구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높은 구글 안드로이드 OS 의존도도 차단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삼성은 B2B 채널로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는 자사 모바일 보안 솔루션 녹스(KNOX)를 결합한 MS 오피스365 버전을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던 녹스 솔루션 판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다.
MS 역시 삼성과의 제휴로 사업 저변 확대와 구글 안드로이드 견제 등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MS는 삼성 외에 델과 독일 하드웨어업체 트렉스토, 포르투갈 JP 사 코우토, 이탈리아 데이타매틱 등 10개 업체들과도 MS앱 사전탑재 관련 제휴를 체결했다.
주력 사업인 오피스와 클라우드 제품을 통해 B2B 시장을 공략하고 개인 사용자 저변을 넓혀 수익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의 경영 방침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결정이다.
시장조사기관 IDC 조사결과, MS오피스와 클라우드를 포함한 전체 MS 클라우드 사업 수익은 2014년 10월 기준으로 28억달러(약 3조965억원)로 2013년 13억달러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안드로이드 제품 제조업체들을 동맹으로 확보한 점도 구글 안드로이드 OS가 독점하고 있는 모바일 시장 공략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IDC 조사 결과 지난해 구글 안드로이드 OS는 전체 모바일 시장의 81.5%를 차지한 반면, MS의 윈도우폰 OS 점유율은 2.7%에 불과했다.
페기 존슨 MS 부사장은 "삼성과의 협력은 MS 서비스를 누구나 어느 기기에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