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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이미도 “‘착않녀” 박총무의 한방, 저도 의외였죠”

기사입력 : 2015년05월21일 08:10

최종수정 : 2015년12월29일 17:31

[뉴스핌=글 장윤원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이미도(33)가 안방 극장에 강렬한 한 방을 날렸다. 단역으로 시작해 어언 10여 년이 흐른 2015년. 바닥부터 한 계단씩 차근차근 밟고 올라와 지금 이 자리에 선 그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무사히 마치고 마침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이미도는 지난주 종영한 KBS 2TV 수목 미니시리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박은실, ‘박총무’로 불린 인물을 연기했다. 박총무는 극 후반부, 자신의 스승 순옥(김혜자)을 배신하고 그의 딸 현숙(채시라)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캐릭터. 처음엔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이미도 특유의 포텐이 터지면서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인물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잘 돼서 굉장히 좋아요. 종영한 지 얼마 안됐는데, 지난 주말에는 고향인 광주에 내려갔어요. 그동안 못 뵀던 부모님을 만나고 왔는데, 드라마가 잘 돼니 무척 좋아하세요(웃음). 미니시리즈로는 이례적으로 가족물 장르여서 그런지 더 좋아하셨죠. 저도 부모님이 좋아하시니 더없이 기뻤어요.” 

순옥의 애제자 박총무가 최초로 검은 속내를 드러낸 순간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며 화제에 올랐다. 

“처음에 박총무의 악한 모습이 딱 TV에 나왔을 때는 어머니께서 너무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드라마에서 너무 못되게 나오니까 ‘시집 못 가면 어떡하느냐’고(웃음).”
이미도가 처음부터 박총무란 인물에 대해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극 후반 박총무가 그토록 강렬한 한방을 날릴 줄은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감을 잘 잡지 못했던 드라마 초반에는 박총무의 미스터리한 면모에 신경을 썼다. 마리(이하나)의 승승장구에 진심으로 축하를 하면서도 묘한 표정을 짓는가 하면, 현정(도지원)의 경력을 치켜세우면서도 과장된 몸짓을 보여줬다. 이 모든 찝찝한(?) 행동들의 이유는 막판에 드라마틱하게 드러났다. 박총무 내면에 숨겨져 있던 열등감의 발로에 시청자들은 경악하고 몰입했다. 

“'박총'이 원래 처음부터 못된 건 아니거든요. 순옥을 존경했고 그의 가족으로서 모두를 좋아했죠. 또 모란(장미희)에게는 동경을 품기도 했고요. 사실 그런 감정을 마지막까지도 다 갖고 있는 인물이에요. 그럼에도 상황이 수세에 몰리니 어긋난 행동과 감정표출을 한 거죠. 전 되려 박총에 연민 가지려고 했어요.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게 너희가 만들었잖아’ ‘나도 이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아’라고 되뇌였어요. 그렇게 박총을 이해한 것 같아요.” 

사실 좀더 악을 쓰고, 눈을 부라릴 수도 있었다. 더 표독한 악역이 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대선배 김혜자의 조언 한 마디. 김혜자는 이미도에게 ‘인간이 그렇게 극단적인 모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미도는 일차원적이지 않고, 과장되지도 않은 박총무를 완성했다.

“김혜자 선생님이 참 많이 신경써 주셨어요. 다른 선배님, 선생님들도 두말 할 것 없고요. 정말이지 촬영 내내 배웠어요. 지난 10년간 쌓은 만큼의 경험을 이번 드라마 하면서 배웠다고 생각될 정도니까요(웃음). 저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연기를 한 적도 있어요. 상대 선배님이 의외의 대사를 치니까 저도 모르게 그걸 받으면서 가능했죠.” 
‘착하지 않은 여자들’ 촬영과 동시에 파일럿 예능 ‘레이디 액션’에 출연한 이미도는 예능을 통해 우월한 운동가의 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어느 종목이든 조금씩 맛만 봐서 내세울 게 없다”고 웃었다. 

“그냥 몸 쓰는 걸 좋아해서 운동이 습관처럼 됐어요. 무작정 뛰고 걷고 자전거 타고…. 흥이 많아서 뜬금없이 춤을 추기도 하고요(웃음). 운동 말고 다른 취미요?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전 바느질 좋아해요. 대학 때도 연극영화과에서 공연할 때면 의상도 직접 지었어요. 연극영화과에서 보통은 의상팀은 다 안 하려고 하는데, 저는 나서서 했죠. 지금도 초 만들기나 석고 디퓨저, 요리 같은 손 쓰는 걸 좋아해요.”

못하는 게 없는 이미도의 풍부한 재능은 부모님으로부터 나왔다.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는 운동신경 뛰어난 아버지와 안국동 강선생님(‘착않녀’에서 김혜자가 연기한 순옥을 부르는 말) 실사판이라 해도 좋을 전통음식연구가 어머니에게서 재능을 물려받았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버진 여전히 몸이 좋아요. 가끔 마트에 가시면 아주머니들이 ‘팔 한번 만져보자’ 하신대요(웃음). 저희 삼녀 중 제가 가장 아빠를 닮아 근육이 잘 붙어요. 어머니는 지금 카페를 하는데, 손재주가 좋거든요. 그런데 사실 어머니의 경우는 박총 캐릭터를 하면서 굉장히 도움을 받았어요.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게 요리인지라, 촬영을 하면서도 채썰기라던가 저절로 됐죠(웃음).” 

10여 년 전, 단역으로 시작한 이미도는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려왔다. 그런 그의 곁에는 이미도의 성장을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 '짠~' 하고 등장해 처음부터 주목받은 케이스는 아니지만, 지난 10년 동안 걸어온 이 길을 지켜 봐준 사람들이 이미도에겐 더없이 소중하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도 그렇고 ‘레이디 액션’도 그래요. 제가 잘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했으니까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시고, 또 주변 사람들이 격려해 주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저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본 사람이 많지 않아요. 비중이 중요하지는 않잖아요. 어떤 사람은 ‘야, 너도 주인공 하고 싶지 않냐’고 해요. 전 정말 그거엔 관심 없거든요. 주인공 한 번이랑 박총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 전 무조건 박총무죠(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yunwon@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hs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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