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및 자사주 매입이 자본재 투자 앞질러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기업들이 연구 개발과 새로운 프로젝트보다 자사주 매입 및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에 쏟아붓는 자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투자자들을 필두로 금융업계의 압박에 따른 결과로, 미국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이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화[출처=블룸버그통신] |
반면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이 공장과 자본재에 투입한 자금은 영업현금흐름 대비 33%에서 29%로 줄어들었다.
특히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압박을 받는 기업들의 고정자본 투자가 더욱 큰 폭으로 감소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지분을 매입한 기업들의 경우 중장기 자본재 투자 규모를 1년 사이 영업현금흐름의 42%에서 29%로 대폭 축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달리 자사주 매입과 배당의 비중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지분 매입이 이뤄진 시점을 기준으로 1년 사이 22%에서 37%로 급증했다.
이와 별도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비금융 섹터의 400개 투자등급 기업이 집행한 배당 규모가 지난해 3분기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의 11.9%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9.4%에서 상당폭 상승한 수치이며, 2005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 같은 움직임이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 사이에 혁신보다 주주환원에 치우친 자금 집행이 결국 고용과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대학 스티븐 파자리 이코노미스트는 “투자가 줄어들면 경제 전반의 수요가 줄어들고, 경기가 후퇴하게 된다”며 “이는 결국 고용 악화의 악순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간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소비 가운데 기업의 자본재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분의 1에 이른다”며 “자본재 투자는 역사적으로 미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 동력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배당 수입이 소비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같은 규모의 자금이 생산 설비에 투입, 관련 기업의 수요를 늘리고 고용 창출과 임금 인상의 선순환을 일으킬 때만큼 강한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 머니매니저인 블랙록의 로렌스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말 S&P500 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주주환원에 점점 더 적극적인 반면, 장기 성장에 필수적인 핵심 자본재와 고급 인력 확충, 그 밖에 혁신에 대한 투자가 부진하다고 일침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