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표, 연준 관계자 발언 주목
[뉴욕=뉴스핌 서우석 기자] 뉴욕증시가 4년래 최악의 한 주를 보낸 뒤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의 개입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중앙은행이 시장에 분명한 안정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불붙은 증시의 매도세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중국발 금융 쇼크에 전 세계 증시는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지난 달 정책회의록도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분명한 신호를 주지 못하고 투심을 위축시켰다. 공포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서둘러 이동하며 뉴욕증시에서도 4거래일 연속 대규모 투매가 이어졌다.
특히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21일 중국의 8월 제조업 지수가 6년반래 최저 수준을 보였다는 발표는 시장을 패닉장의 양상으로 몰고 갔다. 앞서 중국의 주요 7월 경제지표들이 이미 예상을 밑돈 수준을 보였고, 위안화 평가절하와 중국 증시의 급락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터라 시장에 미친 파장은 더욱 컸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4% 이상 추가 하락, 주간 낙폭을 11% 넘게 확대했다.
지난 주 다우와 S&P500 지수는 5.8%씩, 나스닥지수는 6.8% 하락했다. 3대 지수는 연 기준으로도 나란히 하방 영역에 진입했다. 다우·나스닥·러셀2000 지수는 최근 고점에서 10% 넘게 후퇴한 조정 영역에 들어섰다.
뉴욕증권거래소[출처=블룸버그통신] |
다우지수는 21일 하루에만 530포인트 넘게 고공 추락했다. 다우지수가 500포인트 이상 일일 낙폭을 보인 것이나, 조정 영역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11년 10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S&P500지수는 지난 5월의 고점에서 7.7% 빠진 상태다. S&P500 대기업들 중 39%는 조정 영역에, 31%는 최근 고점에서 20% 이상 밀린 약세장에 돌입했다.
중국이 핵심 성장 시장인 애플도 시가 총액의 1/5이 허공으로 증발하며 약세장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유동성 투입이나 다른 형태의 경기부양책 시행이 예상되고는 있지만 중국이 주도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에 대한 연준의 애매모호한 입장이 불확실성을 키우며 뉴욕증시는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주가 흐름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저가 매수보다는 방어 전략에 치중해야 할 때라는 조언이다.
실제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변동성지수<VIX>는 21일 하루에만 무려 46.5% 치솟는 등 지난 주에만 118% 오르며 투심이 극도로 혼란한 상태임을 가리켰다. 이 지수의 종가 28.03는 지난 2011년 12월 이후 최고치였다.
이는 많은 투자자들이 글로벌 경기 불안과 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례적인 변동성지수의 폭등세로 전문가들조차 증시의 바닥이 어디가 될 지 제대로 가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실적보고 시즌의 지원도 사라져 별다른 촉매제가 없는 가운데 이번 주 투자자들은 연준 관계자들의 강연과 미국 내 경제지표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9월 금리인상을 강경하게 주장했던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4일에, 통화정책에 있어 자넷 옐렌 연준 의장과 가장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가 26일에 각각 연단에 선다. 또 27일~29일에는 연준의 연례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인사들과 재무장관, 금융계 인사들이 집결하지만 옐렌 의장은 불참한다. 대신 행사 마지막날에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경제지표로는 27일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 28일의 7월 개인 소득·지출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2분기 GDP가 지난 달 공개된 잠정치(+2.3%)에서 3.2%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발 악재와 달러 강세·미 금리인상 전망 등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신흥시장 통화와 상품시장의 매도세 확산 여부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국제 유가와 달러, 국채와 변동성지수 선물 등 금융시장 내부의 거래 흐름이 경제지표나 연준 이벤트보다 더욱 증시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예컨대 미국 서부텍사스산 경질유(WTI) 선물은 8주 연속 하락했고, 21일 장중에는 배럴당 40달러선이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무너지기도 했다. 지난 주 S&P500지수 내 주요 10대 업종지수 중 최대 주간 낙폭은 에너지 업종이 차지했다.
같은 날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04%에 마감, 1%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서우석 기자 (wooseok74@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