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업계 "실효성 먼저 따져봐야" vs SKT "케이블TV가 먼저 제안해야"
[뉴스핌=민예원 기자]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결합상품 개선안인 '동등결합 상품 도입'을 두고 SK텔레콤과 케이블TV업계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결합상품 개선안을 발표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SK텔레콤과 케이블TV업계는 동등결합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 않다. 동등결합은 케이블TV업계가 주장한 동등할인의 대안책이다.
동등할인은 모바일, 인터넷, 유선방송 요금에 일정 할인율을 동등하게 적용하는 것이 골자지만, 정부는 동등할인 수용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할인율을 인위적으로 규제하게 되면 각 사업자들의 영업과 마케팅 자유에 제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신 정부는 동등결합 상품을 도입했는데 이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상품과 케이블TV 사업자의 초고속 인터넷, 유선방송 상품을 묶어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SK텔레콤은 자사의 모바일 상품과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 유선방송을 결합해서 판매하는 것처럼, 동일한 할인율로 케이블TV업계와 결합상품을 출시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위해 이통사가 케이블TV업계와의 동등결합을 거절하거나, 자회사와 차별화된 조건으로 제공하는 것을 사전에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서울 중구 SKT 본사의 모습.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하지만 케이블TV업계는 동등결합 제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동등결합은 이론적으로는 좋은 제도지만 상품별 원가, 마케팅 비용, 사업자 마진 등이 명확히 산정되지 않아 불투명한 구조가 될 가능성이 커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SK텔레콤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유선상품과 결합하듯, 타사 유선방송에도 똑같은 조건을 적용해 상품을 묶을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이용자들은 모바일을 주축으로 결합상품에 가입을 하기 때문에, 방송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케이블TV업계에 이익이 크지 않는다는 점도 동등결합 제안을 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또 "동등결합은 동등접근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SK텔레콤이 먼저 꺼낸 이야기"라며 "동등결합은 SK텔레콤이 결합상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케이블TV업계가 우려하고 있는 동등결합 할인율 형평성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동등결합 상품 출시는 결합이 필요한 사업자가 제안을 해야 상품이 출시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케이블TV업계에서 먼저 제안이 와야 상품이 출시되는 것이고, 제안을 하는 곳이 있으면 자사와 똑같은 조건으로 동등결합 상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상황에 방통위는 현재 결합상품 제도 후속조치를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결합상품 제도개선 후속조치를 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인데, 10월 돼야 이와 관련 가이드라인을 완성해 발표할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민예원 기자 (wise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