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낮은 과목 전문의 재배치...환자감소에 월진료비 청구실적 급감
[뉴스핌=이진성 기자] [편집자] 이 기사는 9월 24일 오후 2시 32분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이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전문의가 급감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일부 진료과 전문의들을 서울성모병원과 부천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성바오로병원 등에 재배치하고 있는 것. 성모병원 내부에서는 가톨릭 정신에 입각해 국민 보건과 의료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뉴스핌 취재결과 여의도성모병원의 전문의는 현재 134명이다. 이는 지난해 152명에 비해 18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성형외과와 감염내과 등은 전문의가 단 1명만 근무하고 있다. 종합병원의 기본이라 할수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단 3명에 불과하다. 이 중 2명은 조교수 급이다.
종합병원 특성상 대다수의 환자가 응급으로 방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환자를 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이다. 실제 동급병원으로 여겨지는 부천성모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이 상주하고 있어 여의도성모병원과는 대조를 이룬다.
대학병원이 아닌 준종합병원과 비교해서도 차이가 있다. 한마음병원과 현대유비스병원 등은 여의도성모병원보다 100병상 이상이나 적지만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5명 이상이 근무시키고 있다. 실질적으로 환자가 증가하거나 특정 시간대에 몰리게 될 경우 환자 관리에 미흡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여의도성모병원 한 교수는 "병원인건비만 하더라도 병원 총 매출의 70%에 달할 정도여서 병원 입장에서는 최대한 수익이 나는 쪽으로 의료진을 배치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다만 환자수는 줄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진이 부족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이 이처럼 전문의 숫자를 줄이는 것은 수익성을 중시하기 위해서라는 게 내부의 전언이다. 실제 지난 15일 승기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장 겸 여의도성모병원장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두 병원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운영한다"며 "여의도성모병원을 제2분원으로 모체와 태아, 신생아까지 출산 전후를 포함하는 주산기 진료 및 호스피스완화의료와 같은 진료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종합병원에 맞는 역할은 그대로 수행하겠지만 산부인과 측면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다.
의료계에서는 이같은 방향성을 두고 사실상 수익형 모델 구축을 위한 구조조정이라고 바라본다. 때문에 통합운영으로 서울성모병원의 의료서비스를 믿고 여의도성모병원을 방문할 경우 환자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톨릭의료원의 또다른 교수는 "여의도성모병원은 2009년 전후로 200명에 달하던 전문의가 매년 줄고 있다"며 "성형외과 등 일부 과목은 사실상 수술 진료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여의도성모병원의 자랑이던 조혈모세포이식센터가 증축된 서울성모병원으로 이동되면서 병원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지역 특성상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과목의 환자가 많기 때문에 이를 특성화해 센터형을 내세운것 같은데 수익나는 곳에만 집중하겠다는 경영전략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여의도성모병원은 세계 최초로 3차례의 조혈모세포이이식을 통한 중증재생불량성빈혈 치료를 성공시키는 등 혈액내과 분야에 특성화돼 있었다. 하지만 조혈모세포이식 관련 과목들을 비롯해 의료진들을 서울성모병원으로 이동시키면서 내세울 만한 진료과목이 사라졌다는 것이 의료계의 평가다.
여의도성모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 2009년 월 진료비 청구실적이 100억원에 이르렀지만, 지난해에는 월 평균 8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톨릭의료원의 또다른 교수는 "통합운영을 발표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고 대안을 내왔어야 한다"며 "순환진료를 하게되면 의료진의 피로도를 비롯해 환자의 스케줄 관리 등 불편함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여의도성모병원 측은 "수익형에 집중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병원장이 밝혔듯이 앞으로 통합운영으로 순환진료를 계획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병원 측은 아직까지 인력과 운영계획 등 세부적인 사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구체적인 운영계획에 대해 말을 아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