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주관 면세점 지배구조 공청회…'입찰 제한'부터 "진입장벽 철폐"까지 다양한 목소리
[뉴스핌=함지현 기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입찰을 제한하고 면세점 산업의 이익 환수를 확대하기 위해 특허수수료를 10배 인상하거나, 특허수수료 입찰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면세점 사업은 '독과점'이나 '특혜' 사업이 아닙니다. 면세점이 힘들었던 시기에는 보완 해주지 않으면서 호황을 누리니 특허 수수료 등을 올리려 하는데 특허수수료를 올리더라도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1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관으로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 공청회에서는 면세점 독과점을 해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정부측 입장과 이에 반박하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며 뜨거운 토론전이 펼쳐졌다.
이날 공청회 발제는 그동안 면세점 제도개선 TF(테스크포스)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진행됐다. 지난 9월부터 운영된 면세점 제도개선 TF에는 기획재정부, 관세청, 공정위, 문체부 등 정부기관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문화관광연구원 등이 참여해 실질적으로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는 셈이다.
국회 경제부문 대정부질문에서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동네 잡화점이나 약국 등까지 대거 면세점으로 전환한 '일본 미니면세점'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까지 감안하면 롯데나 신라 등의 독과점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정부측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지방조달청 PPS홀에서 이만우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왼쪽 네번째)의 사회로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 특허수수료 부과방식, 시장구조 개선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김학선 사진기자> |
◆ "시장점유율 평가에 반영하고 이익환수 확대해야"
발제자로 나선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면세점 시장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일정 매출규모 이상 사업자에 대한 참여 제한과 시장점유율을 심사평가기준에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정 매출규모 이상 사업자 참여 제한은 독과점 사업자로 추정되는 사업자나 매출액 비중이 30%를 넘는 사업자의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시장점유율 평가 반영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시장 점유율이 높은 순서대로 총점(1000점)에서 일정 점수를 감점하는 방법이다.
이같은 안은 사실상 롯데와 신라를 겨냥하고 있다. 2014년 기준 롯데는 전체 매출액 중 50.8%, 신라는 30.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면세점 독과점 시장구조를 간접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이익환수를 확대할 것도 주문했다.
먼저 제시한 방법은 현행 사업자 선정방식을 유지하면서 특허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이다. 현재 관세법상 매출액의 0.05%로 규정하고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0.01%로 규정하고 있는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10배인 0.5%로 올리거나 매출액에 따라 누진적으로 인상하는 방법이다.
두번째는 기존 특허평가방식에 의해 평가받던 정성평가를 70%로 줄이고 각 업체가 제시하는 특허수수료를 점수화해 총점의 30%로 반영하는 안이다. 마지막으로는 특허수수료 입찰방식으로 사업자 중 최고 가격의 특허수수료를 제시하는 기업에게 면세점 특허를 배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면세점 시장은 대기업의 매출액이 전체의 86.9%를 차지하고 특히 롯데와 신라가 전체 시장에서 79.6%를 차지하는 독과점적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일부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시장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독점·특혜 아니다"부터 "진입장벽 철폐"까지 다양한 목소리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걸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기획협력 국장은 독과점 논란과 관련, "면세점이 대형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를 대상으로 독점을 하는지 봐야한다"며 "면세점 업체가 국내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참여를 못하게 하는 것은 경쟁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면세사업을 하향평준화 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국장은 "중소면세점은 적자를 보고 있을 정도로 이익이 나지 않는데 특허수수료를 갑자기 올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시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자연스럽게 올려 현재의 2~3배로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면세점 사업은 특혜사업이 아니라는 의견과 함께 사업을 제한하는 진입장벽을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재완 한남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면세점이 정말 특혜사업인지를 짚어봐야 하는데 결론적으로 보면 특혜사업이 아니다"라며 "외국 물품이 들어왔다 나가거나 보세공장에서 물품을 제조하고 판매할 경우에도 특혜 얘기가 안나오는데 왜 유독 면세점에서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 교수는 "특정 기업에 대한 면세점 사업을 제한하면 특정업체를 면세점 사업에서 제외하는 효과는 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세판매를 하고싶은 수많은 기업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면세점 진입 장벽을 철폐해 보세화물 관리 역량이나 시설만 갖춘 사업자면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특허 심사때마다 과정의 투명성이 계속 도마에 오르거나 수수료 인상 등의 문제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각 업체가 계속 영업할수 있을지 여부는 시장상황에 맡기면 되는 것이지 정부가 먼저 걱정하면서 그것을 막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면세점사업을 경매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해법도 제시됐다.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위원은 "면세점 사업자 결정을 경매로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면세점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효율성을 가격을 통해 드러내면 되는 것이지 정부가 나서서 누가 잘할까를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이밖에도 "면세점 정책이 일관성 있게 진행되야 한다", "면세점사업의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이 10년 뒤까지 계속 있을지에 대한 수요 예측도 해달라", "면세점 내에 국산품 비율을 50% 이상으로 해야 명품 판매장으로 전락한 면세점사업의 진입장벽을 허물 수 있다", "면세점이 힘들었던 시기에는 보완 해주지 않으면서 호황을 누리니 특허 수수료 등을 올리려 하는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으로 인해 망가진 시장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발제를 진행한 최 선임연구위원은 "다양한 의견이 많이 나왔는데 공청회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이만우 고려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봤고, 토론자로는 김재걸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기획협력국장,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정재완 한남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정재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위원, 소한섭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등이 나섰다. 최근 면세점 사업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반영하듯 약 1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