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2.9조 포함 7조 공적자금 투입...STX조선 전철 우려도
[뉴스핌=김신정 기자] 대규모 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이 4조2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숨통이 트이게 됐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2.9조원 자금 수혈에 이어 두번째 받는 지원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자체적인 고강도 구조조정과 유동성 자금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채권단과 합의한 대로 인건비 절감, 유동성 확보, 리스크 관리 등 자구책 방안을 실행해 나가기로 했다. 내년 이후부터는 인력과 조직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갈 예정이다.
수주규모도 선박 발주량과 선가 수준을 감안해 적정수준으로 줄여 나가기로 했다. 실적부진의 '주범'인 해양플랜트 비중을 기존 50%대에서 40%대로 축소해 위험 확산을 방지하기로 했다.
또 자구계획안으로 제출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조기 이행하기로 했다. 향후 3년간 인적쇄신과 직접경비, 자재비 절감 등을 통해 1.1조원 이상의 수익을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임원 규모를 축소하고 임원 임금 반납(10%~20%), 부장급 이상 직원 300명 권고사직 등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생산과 영업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채권단의 지원으로 4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며 자금 지원 추진을 중단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의 정상화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법정관리도 우려됐다.
대우조선노조는 지난 27일 극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파업을 자제하겠다는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자구책 동의서를 제출해 자금수혈을 받게됐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2조9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한차례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7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과거 STX조선해양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STX조선해양에 대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제재 수위를 낮춰 지난 2년간 공적자금 4조5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자생존 원리에 따라 힘이 없는 곳의 자연적인 정리도 어느정도 필요하다"며 "힘 있는 곳이나 힘 없는 곳이나 같이 살아나는 상황이 조선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규모 지원에도 독자 생존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는 17조4550억원(올 상반기)으로 부채비율은 600%가 넘는다. 동종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132.5%다.
더군다나 국내 조선업계를 위험에 빠뜨린 해양플랜트 부문의 수주 잔량이 많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회사 수주잔량 중 50% 이상이 해양플랜트에 치우쳐 있다.
부실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대우조선은 손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에서 3조318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에만 3조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경우 경쟁력 있는 회사다 보니 정부가 나서 살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만 CEO 연임을 위해 무리하게 수주를 한다거나 부실한 실적을 감추는 문제 등이 앞으로는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재정비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분기 영업손실 1조2171억 원, 당기순손실 1조3643억 원, 매출액 3조155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4조3003억 원, 당기순손실도 3조8275억 원에 달한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