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전 연봉 협상하면 ‘아니, 이렇게는 못 받습니다. 다시 하시죠’라고 말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서 ‘와~ 진짜 멋있어!’ 이랬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배우 박보영(25)이 처음으로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직업은 늘상 자신과 마주하던 연예부 기자. 오는 25일 개봉하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수습 사원 도라희가 시한폭탄 상사 하재관을 만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박보영은 사회 초년생 도라희를 연기했다.
극중 박보영이 열연한 도라희는 커리어우먼을 꿈꾸지만, 현실은 사고뭉치인 햇병아리다. 회사에서 맡은 일이라면 (아마도) 부장에게 욕먹는 일? 실수 투성이지만, 하면 했다고 안하면 안했다고, 알면 안다고 모르면 모른다고 혼나니 억울할 법도 하다.
“무슨 일이나 처음엔 다 모르잖아요. 아마 하 부장이 조금의 팁을 줬으면 라희도 실수하지 않겠죠. 하지만 하 부장 입장에선 또 말도 안 되는 행동이 맞아요. 제가 중간의 위치를 겪어보니까 양쪽 다 이해가 가더라고요. 예전엔 온전히 라희 입장이었는데 조금씩 후배들을 만나는 시기가 찾아오면서 선배의 입장도 이해하게 됐죠.”
어린 나이에 데뷔한 데다 워낙에 동안인 탓에 ‘중간 위치’라는 그의 말이 낯설게 들리겠지만, 박보영은 어엿한 9년 차 배우다. 실제 현장에 가면 경력도 나이도 어린 후배들도 가득하다. 앞서 지난 6월에 개봉한 ‘경성학교’ 인터뷰 때만 해도 귀여운 후배들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우던 그였다.
“근데 이번엔 진짜 막내였어요. 매번 중간이라 힘들었는데 다시 막내가 된 거죠(웃음). 오늘은 뭘 배울까 하는 신남으로 현장에 가고 뭘 해도 잘 챙겨주시니까. 예전엔 몰랐는데 중간 입장에서 다시 막내가 되니까 너무 신났죠. ‘좋아, 이번엔 막내로 할 수 있는 모든 특권을 누리겠어’하는 마음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여유가 좀 생긴 거죠.”
막내의 특권 중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선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정재영은 연기적인 것부터 인생을 사는 데 있어 도움이 될 만한 말까지 많이 해줬다. 박보영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선배의 조언을 잊지 않기 위해 그때마다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록해뒀다.
“하다 보면 한계에 부딪히고 연기적인 고민이 생기잖아요. 그때마다 재능이 없나, 이 길이 맞나 온갖 생각이 들었죠. 연기는 할수록 힘든데 사람들의 기대치는 커지니까요. 한참 일 없을 땐 다 접고 고향에 가려고도 했죠. 근데 이거 말고 내가 뭘 잘할까 생각해봤는데 잘하기는 커녕, 흥미 있는 일도 없는 거예요. 너무 슬펐죠.”
다행히 그는 이제 그런 걱정을 많이 흘러냈다고 했다. 물론 이 말이 연기적 고민 자체가 없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장 이번 작품만 해도 입체적 생활연기로 끊임없이 고민했다. 하지만 이렇게 연기적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라고 하기에 그의 필모그래피는 상당히 도전적이다. ‘경성학교’ ‘돌연변이’ 등 스크린에서 유독 더.
“시도한다는 거에 만족도가 커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죠. 아무래도 대중이 바라는 제 모습은 ‘오 나의 귀신님’ 같은 밝은 모습에 가까울 테니까요. 절충이 필요한 듯해요. 그래서 드라마로는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어떤 변신이 필요하다 느끼면 또 영화로 보여주고 하려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대중의 니즈와 배우로서의 욕심을 잘 맞춰가고 싶다는 그의 차기작은 미정. 신중하게, 잘 고르고 싶어서다.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을 듯하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홍보 활동을 하는 동안 다음 작품을 결정할 계획인 것. 드라마와 영화, 뭐든 상관없다.
“지금도 쉬어야 하나 싶긴 해요. 근데 쉰다고 다음 작품이 준비 안돼 있는 것도 싫더라고요. 거기서 오는 그런 불안을 느끼느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죠. 부지런히 해야 또 내년에 인사를 드릴 수 있고요. 예전에는 뭣도 모르고 목표는 다작이라고 했는데 올해 해보니까 너무 욕심이 컸더라고요(웃음). 이젠 적당히 하되 꾸준히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