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계약률 20% 안 돼…최근 ‘조직분양’으로 전환”
[뉴스핌=최주은 기자]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던 대림산업이 결국 발행을 중단키로 최종 결정했다.
회사와 기관투자자가 원하는 발행 금리 차이가 컸던 탓이다. 대림산업의 하반기 주력 사업이었던 용인 ‘한숲시티’ 아파트 분양이 부진하자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채권 금리가 크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대림산업은 당초 예정이던 1000억원 규모 3년물 회사채 발행 계획을 중단했다. 대림산업은 이 돈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방침이었다.
기관투자자들과 회사채 발행 금리에 대한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서다. 대림산업의 발행 희망금리와 기관투자자들이 받기 원하는 금리차는 30~40bp(bp=0.01%포인트)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림산업의 3년물 회사채에 대해 민간 채권평가사(나이스평가 등)들이 제시한 평균 금리(민평금리)는 연 3.34% 수준이었다. 대림산업은 앞서 지난 7월 회사채를 발행할 때 민평금리에 20~40bp를 더 얹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가산금리(20~40bp)를 가정하면 대림산업의 발행 금리는 연 3.5~3.7%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7월 동일물 채권 발행(연 3.20%)때보다 최대 50bp 높은 금리다.
대림산업은 발행 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기관투자자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자 회사채 발행을 백지화했다.
이처럼 회사측과 투자자들간 금리차이가 커진 이유는 올 하반기 경기 용인 남사면 'e편한세상 한숲시티'아파트 분양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발행 금리를 결정하는 신용등급에는 건설사가 하고 있는 사업의 수익성이 상당 부분 반영된다.
건설사 관계자는 “신용등급을 결정할 때 금융권에서는 해당 회사가 하고 있는 사업의 수익성을 면밀하게 들여다본다”며 “대림산업의 경우 용인 한숲시티 사업 분양부진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권에서는 최근 몇몇 건설사들이 기록한 실적 쇼크 때문에 건설업종에 대해서는 사업 수익성을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평가 의뢰가 들어오면 신평사는 건설사의 분양 현황을 비롯해 회사의 전반적인 상황을 살핀다”며 “이는 개별업체의 유동성을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에 대림산업은 회사채 발행할 때 거치는 절차인 수요예측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분양이 저조한 사업장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이 분양하는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들어선다. 6800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되며 공사비만 9061억8570만원에 달한다.
수도권 건설사 자체 주택사업 단지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업계 관심도 한 몸에 받고 있다. 대림산업 입장에서는 하반기 주력 사업이다.
하지만 실제 분양은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용인에서 분양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한숲시티 계약률은 2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분양 촉진을 위해 대규모 부동산 중개사와 분양 상담사를 동원한 '조직분양'에 나선 상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계약률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대단지다보니 30%만 미분양돼도 2000가구가 넘어 조직분양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쇼크 이후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는 건설사 회사채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건설사를 제외하고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분위기다. 미국 금리인상과 높은 금리의 은행채 물량이 쏟아지면서 건설 회사채 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