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인사서 성과주의·신상필벌 원칙 철저 적용
[뉴스핌=김연순 기자] 삼성 사장단 인사가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 속 세대교체'에 무게를 뒀다면 임원인사(부사장·전무·상무)에선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위기대응으로 내년도 방향을 잡은 그룹차원의 조직 슬림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계열사별·사업부분 별 실적에 따른 성과주의, 신상필벌 인사 원칙이 이번 임원인사에서 철저하게 적용됐다는 평가다.
4일 삼성은 부사장 29명, 전무 68명, 상무 197명 등 총 294명의 '201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승진임원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의 실적 부진에 따라 지난해 승진 임원 353명보다 59명이나 줄었다. 승진자 수(인사 적용연도 기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47명 이후 최소 규모다.
연도별 임원 승진자 규모는 지난 2012년 501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3년 485명, 2014년 476명, 2015년 353명, 2016년 294명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5년 승진 규모(353명)과 비교하면 17%, 2014년과 비교하면 40%나 줄었다.
앞서 삼성은 지난 1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사장 승진 6명, 대표부사장 승진 1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8명 등 총 15명 규모의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내정해 발표했다.
삼성은 사장단 인사에서 기존 삼성전자 3대사업 부문장 체제를 통해 조직안정을 유지하면서도 주력 사업부장에 핵심 인력을 발탁 배치했다. 이재용 부회장 주도의 사실상 첫 사장단 인사에서 이 부회장은 그룹 안정 차원에서 큰 변화는 최소화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번 임원인사에선 '성과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신상필벌에 따른 인적쇄신을 철저하게 적용했다는 평가다. 분기당 영업이익이 과거 사상최대였던 10조원 대에서 7조원 대로 줄어든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삼성의 주력사인 삼성전자 승진 임원은 부사장 14명, 전무 30명, 상무 91명 등 총 135명으로 지난해 승진 임원 165명보다 18.2% 줄었다.
삼성전자의 부사장 승진임원 면면을 보면 비대해지고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를 축소시키고 반도체 등 핵심제품의 개발 전문가들을 승진시키는 인사원칙이 확인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승진 대상자에 오른 14명의 부사장 중 연구위원인 '기술·개발통' 임원들 5명이 대거 승진했다.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실장, 메모리 플래쉬 개발실 담담임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전략혁신센터(SSIC) 기술전략팀장, 메모리 솔류션개발실 담당임원 등으로 반도체 분야 기술개발 연구직 전문가들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구위원들은 연구개발(R&D) 전문가들인데 향후 신사업 등에서 연구개발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연구직이 전문성을 인정 받아서 승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등 조직이 비대해지고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와 계열사 임원을 중심으로 대규모 물갈이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삼성은 임원 승진자 명단만을 발표했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실적이 좋지 않은 무선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임원을 중심으로 무더기 퇴직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현재 전체 임원 규모가 1200명 수준인 삼성전자에서만 20% 이상, 250여 명 이상이 감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등 다른 계열사의 퇴임 임원도 전체의 20% 안팎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금융 계열사에서도 최소 25명 정도의 임원이 물러나는 등 삼성을 떠나는 임원규모는 400여 명에 육박해 사상 최대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삼성은 이번 임원인사와 관련해 "총 294명을 승진시켜 전년 대비 승진자 규모는 줄었지만, 44명의 발탁 인사를 실시해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며 "특히, 연령과 연차를 불문하고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실적을 거둔 인력에 대해서는 2년 이상 대발탁 인사를 실시해 삼성형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실현했다"고 총평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