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에 빅데이터 사업부 신설…소프트웨어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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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선엽 기자] 삼성그룹이 사물인터넷(IoT) 전략에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했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개발로 사물인터넷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이를 위해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삼성SDS에 솔루션사업부문을 신설,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최근 수년 간 사물인터넷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함에 따른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지난 9일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과 함께 사물인터넷 전략의 재편이 꼽힌다. 기존에는 가전사업부와 반도체사업부 중심으로 ‘기기 간 연결’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계열사인 삼성SDS가 사물인터넷 솔루션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삼성은 삼성SDS에 솔루션사업부문을 신설, 홍원표 삼성전자 전 글로벌마케팅 사장을 수장으로 임명했다. 그 동안 한 명이던 삼성SDS의 사장을 두 명으로 늘리고 사업부문 사장체제를 도입해 역할 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홍원표 삼성SDS 신임 사장. 홍 사장은 지난 11월 19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플레이 더 챌린지′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 "마하경영의 다음 과제는 사물인터넷"이라며 "삼성은 사물인터넷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또 한 번의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황세준 기자> |
동시에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산하에 IoT사업화팀을 신설, 아틱(Artik) 플랫폼의 상용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아틱은 지난 5월 삼성전자가 공개한 개방형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손톱만한 모듈에 CPU, 메모리, 통신칩, 센서, 보안칩 등을 담았다.
향후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TV와 생활가전, 자동차 등에 탑재돼 사물과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데 활용될 전망이다.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보유한 삼성SDS가 아틱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상용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홍 사장은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 출신으로 2008년부터 이돈주 삼성전자 전 사장과 삼성의 무선사업 글로벌 마케팅을 이끌었다. 이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전자의 콘텐츠 사업을 관장하던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센터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에는 글로벌마케팅 수장으로 활약했다.
이러한 경력의 그가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삼성SDS 사장에 임명되자 일각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콘텐츠 및 마케팅 전문가인 그의 경력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SDS가 향후 사물인터넷 솔루션 개발 및 글로벌 협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여 홍 사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험이 빛을 발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또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이를 솔루션화 하는 삼성SDS 사이에서 홍 사장이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사물인터넷을 바라보는 삼성그룹 전체의 시각이 변화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놓는다. 비로소 취약점으로 꼽히던 빅데이터와 서비스 부분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 동안 삼성은 제조업 중심의 회사답게 사물인터넷을 외치면서도 '기기간 연결'과 '기기의 스마트화'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 생활가전사업부가 내놓는 가전기기를 서로 연결하고 스마트씽스 기술을 통해 이를 제어한다는 것이 중심이었다.
"5년 내 모든 제품을 IoT로 연결할 것"이란 청사진이 단적인 예다. 실제 이렇게 구축된 홈IoT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야심차게 내놓은 아틱 역시 아직까지는 5~6개의 칩을 묶어 놓은 모듈에 불과한 형편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각각 브릴로와 홈앱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 시장만 보더라도 이동통신 3사가 중소 가전업체들과 손잡고 빠르게 홈IoT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있다.
뉴스핌이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9월 22일 출고된 '전문가 고언 "삼성, 이대로는 사물인터넷 승산 없다"' 기사 참고)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전자가) 가전의 기능을 스마트화하는 것 이외에 아직 어떤 플랫폼 사업을 한다거나 새로운 카테고리의 서비스 사업을 기획하는 것은 발견 못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역시 "가전을 팔고 나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삼성은 그게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자공학 교수는 이번 삼성의 조직개편을 두고 “전장과 IoT라는 시대의 흐름을 삼성이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거대조직인 탓인지 변화의 속도가 다소 느린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IoT 사업부가 DS 산하에 있어 가전사업부와의 협업이 어떨지 모르겠다"며 "전사적 TFT였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