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합병 절대 반대"..직원들 "권고사직 당할바엔 희망퇴직"
[뉴스핌=이에라 김양섭 김나래 백현지 기자] "마침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우울하네요. 초대형 증권사에 대한 기대보다는 다가올 구조조정의 압박이 무섭죠. 이미 희망퇴직을 기다리는 직원들이 꽤 된다고들 하네요."
24일 오전 여의도 KDB대우증권 본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내부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오전 한때 다른 후보자가 인수자로 나올 것이란 루머가 돈 것도 잠시, 최근 예상대로 인수 후보자는 결국 미래에셋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는 더 침울해졌다.
금융당국에선 초대형 증권사 등장을 환영하며 업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에 대해 "적임자를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금융개혁이 아니겠냐"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도 2020년까지 자기자본 10조원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대우증권 노조는 합병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현했고, 내부 직원들도 불안감을 감추치 못했다.
<사진=이형석 기자> |
대우증권 노조 측은 이내 보도자료를 내고 합병 반대를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매각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 내년 1월 4일~6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임금협상 결렬을 근거로 총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직원들은 별다른 동요없이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내심 불안감을 감추진 못했다. 조건부로 지지했던 인수 후보 KB금융지주 외에 인수자가 확정될 경우 고용 보장 등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높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산업은행에 입찰제안서와 함께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완전 고용승계를 제1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대우증권 직원들의 예상이다.
대우증권 한 부장은 "차장급 미만 젊은 직원들은 사이에서는 약간 술렁이는 분위기가 있다"며 "미래에셋증권과 업무가 겹치는 인력들이 짐을 쌀수도 있기 때문에 그 점에서 특히 민감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미 내부에선 희망퇴직 실시를 기다리는 직원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구조조정 당하는 것보다 희망퇴직을 통해 보상을 받고, 다른 증권사로 이직하겠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지점에 근무하는 한 부장은 "희망퇴직만 해주면 나가겠다는 사람이 꽤 많다"며 "미래에셋증권이 권고사직을 하거나 원거리 발령을 낼 수 있지 않겠냐는 걱정을 벌써 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지점에 근무하는 팀장은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건 희망퇴직도 없이 미래에셋증권에 합병돼 권고사직 당하는 것"이라며 "업무직 여직원의 경우 절반은 나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된 미래에셋증권 직원들은 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 임원은 "인수를 준비했던 곳들 모두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열심히 준비해왔다"며 "인수가 확정됐다고 해서 크게 흥분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평소와 크게 다른 점은 없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