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 부지 매각 대금으로 시흥 R&D센터 투자 가능성
[뉴스핌=조인영 기자] 대우조선이 마곡 대신 경기도 시흥 배곧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짓기로 결정하면서 마곡부지 처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조선 다동사옥 <사진=대우조선해양> |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연구개발 시설을 짓기로 했다. 당초 대우조선은 마곡지구에 연구시설을 비롯해 신사옥을 설립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3분기 4조5000억원대의 적자를 내면서 전면 보류했다.
그러던 중 서울대가 대우조선에 시흥캠퍼스 부지 일부를 제공키로 하면서 양측은 산학협력 연구시설을 조성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최근 체결했다.
대우조선이 마곡 대신 시흥을 택한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대형 수조를 갖춘 R&D센터를 신축하는 것이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국내 빅3 조선사 중 유일하게 대형 수조를 보유하지 못한 대우조선은 해외 업체나 연구 단지 등 다른 시설을 빌려 사용해왔다.
대형 수조는 배를 건조하기 전 설계 단계에서 배 모형을 만들어 실제 해상에서 부딪칠 수 있는 다양한 환경 적응 능력을 실험하는 시설이다.
이에 서울시가 대우조선에 시흥캠퍼스 부지 66만㎡ 중 5만㎡를 25년간 무상임대로 제공키로 하면서 200여m에 달하는 대형 수조와 부대시설비(약 1000억원)만 투자하면 R&D센터를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마곡부지를 매각하게 되면 부지 대금으로 2000억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회수대금만으로도 수조 신축이 가능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연구센터를 설립할 수 있게 된다.
대우조선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만큼 마곡 부지를 매각하고 회수한 자금을 시흥 배곧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와의 계약상 마곡 R&D센터는 계약 2년 내에 착공하고 5년 내에 준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오는 2017년 6월까지는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시흥캠퍼스도 오는 2018년경 들어설 예정으로,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조만간 마곡 부지를 팔고 곧바로 시흥 배곧에 R&D센터를 신축할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그간 수조를 대여해 사용해왔으나 시흥에 수조 설비를 만든다면 대우조선에게도 충분한 이득이 될 수 있다"며 "그런 부분에서 서울대와 대우조선의 생각이 일치했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식적인 의사는 없었지만 매각을 포함한 여러 가능성에 대해 대우조선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처분 가능성을 높였다.
대우조선이 공식적으로 매각 의사를 밝힌다면 서울시는 이를 되사거나 제 3자 매각 공고를 내고 다음 인수자를 찾게 된다. 최종 선정된 업체는 대우조선과 매매계약을 맺고 대금을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마곡 부지가 연구단지 용도인 만큼 대우조선이 최초로 해당 토지를 인수한 조건을 그대로 승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수자 찾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대우조선이 입주를 고민하는 마곡부지는 6만1232㎡(약 1만8500평) 규모로 함께 들어서는 LG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대우조선은 이 부지를 약 2000억원에 분양받아 작년에 대금을 치렀다. 현재 SH공사가 소유권을 갖고 지반 공사를 진행중이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