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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장 노니는 곰들… 새로운 위기 원하는가

기사입력 : 2016년01월19일 14:58

최종수정 : 2016년01월19일 16:06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아… 아포칼립스 기대? 섣부르다"

[뉴스핌=김사헌 기자] "10년에 한 번 맞는 '고장난 시계'의 의견을 들으러 왔습니다."

지난주 12일 저녁 런던 하이드파크 인근의 메리어트호텔 그로스베너스퀘어에는 예상치 않은 이벤트로 거의 1000명에 육박하는 전문 기관투자자들이 빼곡히 자리했다. 과거 1996년에 증시 폭락을 미리 예견해 일약 명성을 날렸던 한 전문가의 올해 시장 재폭락 전망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앨버트 에드워즈 발표 현장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글로벌 전문투자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사람은 다름 아닌 소시에테제네랄(SocGen)의 '대체투자 전략가'인 앨버트 에드워즈(Albert Edwards).

유명한 약세론자인 그는 이번에 미국 증시 폭락 전망을 내놔 화제가 됐다. 지난 13일 자 보고서에서 그는 S&P500지수가 최근 고점 2100포인트에서 550포인트 부근까지 75%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QE)로 실물 경기를 부양하는 대신 자산시장 거품만 유발했는데, 그 거품이 꺼진다는 얘기다.

이날 그의 얘기를 들으러 온 투자자의 면면을 보면, 채권딜러나 벌처펀드, 종목 추천전문가부터 스위스의 프라이빗뱅커까지 종말적인 분위기에서 먹을 것을 찾는 '굶주린 늑대와 독수리'들이 다수를 이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연초 글로벌 주식시장의 급락 양상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기 침체 혹은 디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위기에서 먹을 것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짐승들로 험악한 분위기다.

◆ 동면에서 깨어난 '곰'

중국의 증시 정책 실패로 급락장이 연출될 것과 국제유가가 12년 최저치로 하락한 것은 경기 침체 우려를 불러일으킬 정도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7% 아래로 떨어지면서 9년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

에드워즈 외에도 최근 미국 월가에는 '곰(Bear, 약세론자)'이 깨어나 본격 활보하고 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전략가는 아예 "모든 자산을 다 팔고 현금을 확보하라"고 조언하는가 하면 구겐하임과 러셀인베스트먼트의 전략가도 유사한 경고음을 냈다.

이들 약세론자의 논거의 대동소이하다. 자산시장이 인위적인 초저금리로 인해 거품이 발생한 상태이며, 세게경제가 탄탄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을 개시했고 중국 경제는 생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가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추락하고 있어 우려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업실적이 기대치에 미달할 것이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점 때문에 신흥시장의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비금융기업 부채와 이익 비교 <자료=소시에테제네랄>

이런 우려 요인들은 올들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지난해 연말까지는 시장이 전혀 우려하지 않았는가 질문해 볼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속젠의 에드워즈는 "이미 시장의 거품 붕괴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시장이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호사가들의 분석이 지니는 진정성을 따지기 전에, 이미 2016년 벽두부터 전 세계 주식시장이 한바탕 패닉에 빠지면서 주요지수들이 대부분 이전 고점보다 20% 이상 하락하는, 이른바 '약세장(Bear Market)' 구간에 진입했거나 진입 직전이다. 또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하며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 혹은 경기침체 조짐을 엿보고 있다.

시장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 모두 이번 급락장의 진짜 배경이 도대체 무엇인지 또 올해 남은 장세는 또 어떻게 될 것인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대부분 낙관적인 장세를 예상했기 때문에, 비관론자들이 더욱 주목받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이 주목받는 분석의 내용에 비해 당장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근거는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침체 혹은 위기의 전조는 증시 밸류에이션보다는 신용시장의 위험에 있다고 본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와 광산분야의 심각한 디폴트가 전개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정크본드 시장의 과열과 신흥시장 달러부채 급증 이후 전개될 위험도 주목하고 있다.

◆ 경기침체 오나? "No"

연초 주요국 주식이 약세장에 진입할 조짐을 보이자 혹시 미국이나 세계경제가 경기침체로 다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됐지만,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일제히 이런 대목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세계증시 최악의 연초5거래일 성적표 <자료=블룸버그, FT재인용>

무엇보다 미국 경제는 이미 심각한 외부 충격은 견딜 수 있을 만큼 탄력성을 확보했다고 평가된다. 강력한 고용시장과 견조한 주택판매 지표, 저렴한 휘발유 가격 등에 힘입은 소비 여력 개선 등이 이 같은 낙관론의 배경이다. 실제 거시경제 지표도 나쁘지 않다. JP모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2.4%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도 좋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올해 성장률이 2.8%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강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는 선진국 경제 중에서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미국 기업 여건이 대외 악재 등으로 취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경제는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3% 정도에 불과해, 중국 경기 둔화 등에도 비교적 큰 충격을 받지 않는다.

나아가 실물 경제와 주가 간 상관성이 떨어지는 것이 새로운 현상도 아니기 때문에 최근 패닉장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웰스캐피탈 수석 투자전략가 짐 폴슨도 "실물경제, 즉 메인스트리트는 양호한데 월가가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 경제가 대외 불안요인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달러 강세로 인해 수출경제가 고전하면서 산업생산이 최근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 디커플링 심화 <자료=소시에테제네랄>

국제유가 급락으로 소비자물가는 낮아지고 에너지기업의 부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개시한 연준이 실기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거 연준의 긴축정책이 4차례 경기침체 중 3차례를 이끌어낸 바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식시장의 붕괴가 '마이너스 부의 효과'를 통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월가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소 보수적인 방향에서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침체를 걱정할 정도는 절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매크로-시장분석 공동헤드인 프란체스코 가자렐리는 현재 골드만삭스가 보는 경기침체 가능성은 5분의 1이 채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 경기둔화의 충격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8일 CNBC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기 하강과 그에 따른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수치를 보면 중국의 나머지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기업 실적 감소세는 침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마틴 커리의 마이클 브라운 펀드매니저는 "최근 4~5개월 미국 기업 실적 하향조정 폭을 보면 충분히 경기침체의 전조가 보이기 때문에 2016년은 침체의 해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브라운 매니저도 저유가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나 기업의 강한 재무여건, 정부지출 증가세 등이 침체를 상쇄하는 요인들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JP모간의 잔 로이스 선임전략가의 분석에 의하면 현재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 그리고 국채시장은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약 50% 정도 반영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극단적 비관론은 현실 경제지표와괴리가 존재한다면서 "만약 지금이 미국 경기 확장국면의 마지막 지점이고 반 년 이내에 경기침체가 도래한다면 모를까 지금과 같은 시장의 매도 심리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시장 변동성지수는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과거 위기 국면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시장의 비관론과 괴리를 드러내고 있다.

변동성지수(VIX) <자료=시카고옵션거래소(CBOE)>

◆ 진짜 위험은? "신흥시장 채권, 정크본드"

'늑대들'은 소떼 무리를 몰면서 가장 취약한 먹잇감을 찾는다. 올해 그 먹잇감은 최근 7년 동안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부양되어 온 신흥시장의 회사채나 주식 등이 될 것이란 예감이다.

RBS의 약세론자 앤드류 로버츠(Andrew Roberts)는 "큰 그림으로 보면 지난 수년간 베팅을 통해 근사한 수익을 냈던 이들 시장이 이미 10개월 전부터 작동을 멈추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극장에 불이 났지만 비상문은 좁은 그런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의 마이클 하트네트 수석투자전략가는 "현금 아니면 주가가 내릴 때 돈을 버는 파생상품 포지션을 들고 있어라"고 조언한다. 그는 다양한 경기침체 신호가 발생하고 있으며, 유일한 낙관의 근거라면 장세를 낙관할 근거가 거의 없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속젠의 에드워즈는 연준이 2009년 3월 QE 시작 후 지금까지 시장에 쏟아진 자금이 무려 5400조원(4조5000억달러)이 넘는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정부 한 해 예산(4조달러)보다 많은 금액이 자산가치 부양에 사용됐고, 이 기간 S&P500 지수는 150%에 육박하는 상승률로 보답했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도 143% 급등했고, 나스닥지수는 무려 250% 가까이 뛰었다.

또다른 문제는 연준의 정책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환율과 부채에 모두 영향을 줬다는 점이다. 양적완화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 조달이 급격히 팽창했다. 최근에는 유로화가 저렴해지자 유로화 조달도 팽창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의하면, 미국 외 지역에서 달러화로 조달한 금액이 9.8조달러에 이르는데, 이 중에서 신흥시장이 무려 3조3000억달러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달러화가 급격히 강세를 보이자 사정이 달라졌다. 달러화로 조달하던 기업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나아가 달러화 자금이 미국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신흥시장 자본유출입 동향 <자료=IIF, 소시에테제네랄 재인용>

◆ 2016 주된 위험은 'G2'… "선진국 통화정책 부작용" 경고

올해 최대 복병은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인상이다. 이미 세계경제와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G2의 성공적인 행보에 따라 세계경제가 달려있다고까지 말한다.

모리스 옵스펠드 <사진=국제통화기금(IMF)>

국제통화기금(IMF)의 모리스 옵스펠드 수석경제학자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로 인한 수입 수요와 원자재 수요 감소가 세계경제에 준 '스필오버' 충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대형 국유기업의 재무여건 악화와 금융시장의 혼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의 부족 사태로 인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당국이 예상한 것보다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신흥시장으로부터 자본이 순유출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우려 요인"이라고 옵스펠드 수석은 말했다. 이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국채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으며, 통화가치 평가절하가 가장 유효한 대응 수단이지만,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락이 동반되면서 상품수출국에게는 큰 충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숨겨져있던 대외지급 불능 사태나 하이퍼인플레이션 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과 일본이 막대한 돈을 풀고 있지만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며, 아무래도 세계 금융시장 여건이 타이트해지면 신흥시장이 매우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을 시장과 잘 대화하면서 진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옵스펠드 수석은 "신흥시장이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 정도에 경제성장에 기여도가 43% 수준이었지만,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비중이 56%까지 늘어나고 성장 기여도는 무려 79%에 달했다"면서, "이제는 선진국의 시각으로만 세계경제를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현송 <사진=국제결제은행(BIS)>

이와 관련해 신현송 BIS 수석경제학자는 연초 독일 신문과 인터뷰에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낳은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장기 초저금리 정책의 결과로 중국 경제에 문제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신흥시장 전반의 기업 설비투자가 중단되거나 후퇴면서 성장 엔진이 급격하게 식었다는 지적이다 "신흥시장 경기가 둔화되면서 세게경제 성장률이 둔화됐고, 중국 등의 문제점은 미국 연준 통화정책도 한 몫한 셈"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중앙은행들이 너무 생산과 물가 안정에만 주의를 기울이다보니 부채와 레버리지 증가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했었다는 것.

신 수석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개시하자 모든 글로벌 경제의 힘들이 새로운 균형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은 대단히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나침반은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는 것 같지만, 극으로 이동하면 방향없이 무질서한 모양으로 뜨게 되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라며 "이들 나침반이 바로 금융시장 자산가격, 경제성장률, 부채 수준 등이며 통화정책이 바로 이들을 교란시키는 극이며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일 때 일어나는 충격은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수석은 이어 저금리가 장기화되는 것의 위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빠져죽은 사람이 물에 떠있는것처럼 보이는 것처럼, 저금리는 경기를 부양하고 요소이자 풍요의 신호라고 하지만 실제로 저금리는 위기의 신호이며 낮은 수익률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저금리가 장기화되면 수익성이 떨어진 보험회사나 연기금리 좀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장기 자산을 매입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이것이 다시 시중 금리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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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콕 집은 트럼프...축산농 반발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다음 달 1일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상황에서 한미 간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를 강하게 요구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 측의 압박으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 등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카드를 협상테이블에 올리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다만 농민단체의 반발과 국민 신뢰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2의 광우병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 美,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압박…韓, 농산물 카드 검토 28일 정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주가 미국산 소고기를 개방했다는 점을 연일 언급하며 한국에도 같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호주가 미국산 소고기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며 "이제 우리는 호주에 (미국산) 소고기를 많이 팔 것"이라고 게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7.25 mj72284@newspim.com 이어 "우리의 훌륭한 소고기를 거부하는 다른 나라들도 (개방) 요구를 받은 상태"라며 "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자. 지금은 미국의 황금기"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고기 개방을 거부하는 국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관세협상을 앞둔 한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부 장관 또한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난 20년간 비과학적인 무역 장벽 때문에 우리 소고기가 호주 소비자들에게 판매되지 못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 농축산업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소고기를 생산하고 있다"며 "USTR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타파하고 미국 국민이 주요 시장에 배제되지 않도록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과 계속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협상을 진행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연일 30개월 이상 소고기 개방을 압박하면서, 한국도 소고기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협상 품목 아래 농산물도 포함돼 있다"며 "농업이나 디지털 분야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간 협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에서 농업분야 보호를 우선으로 두고,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개방 등 비관세 장벽을 해소할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한 대형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진열대 모습 <뉴스핌 DB> 그러나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고위급 '2+2 통상협의'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일정 사유로 전날 취소되면서 미국이 한국의 협상 태도에 불편을 느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되며,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쌀 시장 추가 개방 ▲유전자변형(LMO) 감자·사과 검역 완화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 농민단체 "관세협상에 농업 희생양 삼지 말아야"…대정부 투쟁 돌입 정부로서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우선 한국은 현재도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22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액(38억4700만달러) 대비 57.4%를 차지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지난 2004년 1억300만달러에서 2012년 5억2200만달러, 2016년 10억3500만달러로 20억달러를 넘기다 2022년에는 26억24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의 연평균 증가율은 17.5%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우리나라는 이른바 '광우병 파동' 이후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지난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고, 우리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까지 수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렸다. 당시 이명박 정부 지지율은 취임 2개월 만에 20%대로 폭락했고, 결국 정부는 미국과 소고기 협상을 일부 재협상했다. 다시 말해 현재 국내 소비자들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섭취에 대해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기반에 깔려 있다. 또 우리나라 연간 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은 40만8700톤으로, 미국 물량이 이중 13만2304톤(32%)을 차지한다. 쌀 개방은 WTO 규약에 묶여 있기 때문에 한미 양자 간 협상체계가 불가능하다. 다만 미국이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을 미루는 국가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면서 국익 측면에서 조선·철강·반도체 등 산업을 보호하고 농산물을 희생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농민단체는 정부의 기류에 대거 반발하고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민의길 등 농축산업 단체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 이들 단체는 "미국산 농축산물은 이미 한미 FTA로 전면개방을 한 마당에 관세 추가 인하 및 비관세장벽까지 철폐된다면 농민 생존권 말살과 함께 국내 농업생산 기반 붕괴는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강하게 규탄한다. 이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연령 제한과 사과에 대한 식물검역은 국내법과 WTO 등 국제협정 등에 따른 정당한 조치이며, 국민건강과 직결된 것으로 절대 포기해선 안 되는 문제"라며 "농축산물을 협상대상에서 제외해 식량주권과 국민건강권을 반드시 사수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단체 관계자는 "한미 관세협상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요구가 묵살될 경우 대대적인 추가 농민항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쌀값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4.03 leehs@newspim.com plum@newspim.com 2025-07-2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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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8시간 넘는 야간근무 없앤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SPC그룹이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장시간 야간 근로를 폐지하고, 앞으로 생산직의 야근 시간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야간 생산이 불가피한 일부 필수 품목을 제외하고, 가능하면 야간 가동 자체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인력 확충 △생산 품목 및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각 (계열)사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 10월1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주간 근무 시간 역시 단계적으로 단축해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근무체계 전환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를 병행하고, 내부 교육 및 매뉴얼 정비 작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SPC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근무 형태를 비롯한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근로자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개선하고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아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야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 강도를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SPC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자가 죽고 있다"며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라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배석했으며, SPC 측에선 허영인 회장과 김범수 SPC삼립 대표, 김지형 컴플라이언스위원장, 김희성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CJ푸드빌, 크라운제과 등 타 식품업체의 현장 책임자들도 함께 자리를 했다. wonjc6@newspim.com 2025-07-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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