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 자산 거품만 유발…증시 약세장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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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성수 기자] 뉴욕 증시가 올해 75% 폭락할 수 있다고 소시에테제네랄(SocGen, 이하 속젠)이 경고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속젠의 전문가들은 앞서 글로벌 증시가 50% 조정받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속젠의 주장은 월가에 존재하는 다수 약세론자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지만, 첨예한 하락폭을 경고하고 있다는 점에처 차별적이다.
◆ 10~20% 조정 vs. 75% 폭락: 배경은 같아
최근 월가에는 '곰(Bear, 약세론자)'이 깨어나 본격 활보하고 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전략가는 모든 자산을 다 팔고 현금을 확보하라고 조언하는 한편, 구겐하임이나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전략가도 유사한 경고음을 냈다.
이들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은 자산시장이 인위적인 초저금리로 인해 거품이 발생한 상태이며, 세게경제가 탄탄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을 개시했고 중국 경제는 생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가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추락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또한 미국 기업 실적이 기대치에 미달할 것이며, 달러화가 계속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증시 하락 전망의 배경으로 꼽는다.
최근 5년간 S&P500지수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이 가운데 속젠의 약세론자는 드디어 "뉴욕 증시의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며 무려 75% 폭락 가능성 경고를 제기했다. 월가에서 약세론자로 악명(?) 높은 앨버트 에드워드 소시에테제네랄 글로벌 전략가는 13일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최근 고점 2100포인트에서 550포인트 부근까지 75% 폭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에드워드 전략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6년 여간 양적완화(QE) 정책을 실시했으나 실물 경기를 부양하는 대신 자산시장 거품만 유발했으며, 최근의 급락세는 거품이 꺼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이 2009년 3월 양적완화 시작 후 지금까지 시장에 쏟아진 자금은 4조5000억달러(약5445조원)에 이른다. 지난 6년 동안 미국 연방정부의 올해 1년 예산(4조달러)보다 많은 금액이 시중에 풀린 것이다.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150%에 육박하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도 143% 급등했고, 나스닥지수도 250%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연준은 이제 양적완화를 종료한지 1년 넘게 지났고, 작년 말에는 9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해 시장 유동성을 서서히 축소시키고 있다.
이는 작년 말 증시 하락이 시작된 시점과 대략적으로 일치한다. 즉 뉴욕 증시의 거품 붕괴는 이미 진행 중이었고 "다만 시장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라고 에드워드 전략가는 말했다.
그는 미국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아직 부진한 상황이고, 중국 경기둔화와 유가 하락 등 갖가지 악재도 겹쳐 뉴욕 증시가 이미 장기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 뉴욕증시, 이미 장기 약세장에 진입
월가 <출처=블룸버그통신> |
그리고 이번에는 이전 약세장보다 더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에드워드의 주장이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이전 뉴욕 증시 약세장의 저점은 2009년 3월에 S&P500지수가 666포인트일 때였다. 이는 최근 주가 대비 65% 떨어진 수준이다.
만약 뉴욕 증시가 550포인트까지 떨어질 경우 낙폭은 72%까지 확대되며, 작년 7월에 기록했던 최근 고점 2100포인트를 기준으로 한다면 75% 폭락하는 셈이다.
에드워드는 "이전 약세장에서는 투자 심리 악화를 완전히 털어지기까지 4~6번의 급락이 발생했다"며 "현재 사이클에서는 겨우 2번 하락했을 뿐"이라고 말해 시장이 약세장을 벗어나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앤드루 랩톤 소시에테제네랄 퀀트 주식 리서치 부문 책임자도 그의 약세론에 동의했다. 랩톤 책임자는 모멘텀 투자자들이 경기방어주를 매수하고 있다는 최근 흐름에 주목했다.
모멘텀 투자자는 최근에 성과가 좋았던 주식들은 단기간동안 이러한 성과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제한다. 이들이 경기방어주를 사들이는 것은 증시 약세장을 시사하는 정확한 지표라는 게 랩톤 책임자의 분석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주식을 저가매수하려는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며 시장에 발을 들인 투자자들은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
이미 앞서 RBS의 앤드류 로버츠 전략가는 자산시장이 다분히 격동적인 한 해를 보낼 것이라며 모든 것을 매도할 것을 주문했지만, 속젠의 전략가만큼 엄청난 증시 폭락 전망을 내놓지는 않았다.
로버츠 전략가는 일부 우량 채권을 제외한 모든 자산이 손실을 낼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국제 유가가 배럴당 16달러까지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 주가 낙폭은 10~2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통신> |
◆ 날개 단 곰들, 월가 공포 조성?
글로벌 금융시장이 1998년 당시와 흡사한 위기를 맞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달러와 유가 급락, 이머징마켓 혼란 등 18년 전 상황과 닮은꼴이라는 얘기다.
지나 마틴 애덤스 웰스 파고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1998년과 같은 조정을 맞을 것”이라며 “당시 6주 사이 주가가 20% 급락했다”고 전했다. 그는 뉴욕증시의 대형주가 10% 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제롬 레비 포캐스팅 센터의 데이비드 레비 회장은 배런스의 칼럼을 통해 이머징마켓의 성장 둔화가 전세계 경제의 침체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브라질이 이미 침체에 빠진 데 이어 라틴아메리카의 대부분이 침체에 직면한 상태라고 그는 진단했다. 또 대다수의 이코노미스트가 미국과 이머징마켓의 상관관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 마크 파버는 금과 금광 관련 종목을 매입할 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S&P500 지수가 2011년 저점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최악의 경우 지수가 2009년 저점인 676까지 폭락할 수도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유가와 주가의 강한 상관관계는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다면서 유가가 하락하면 주가가 동반 하락하고 이어 회사채시장까지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는 올해 미국 기업이 강달러와 중국발 충격으로 인해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골드만삭스의 경우 유가와 증시가 바닥권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추가 하락은 곧 매수기회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골드만삭스도 미국 보다는 유럽 주식을 사라는 입장이다.
펀드스트라트 매니징 파트너는 최근 주가 하락이 경기 침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성장 우려에 따른 것이라면 주가 하락에 매수하는 전략이 적절하며, 경제 지표가 뒷받침될 때 강한 주가 반등이 나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국 충격부터 상품시장 하락, 기업 이익 둔화 등 굵직한 악재들이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고, 대기 매수 세력이 경제 지표 호조가 확인되는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펀드스트라트는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