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기채 2%대 비해 미국 장기채 3.5∼4%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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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고종민 기자] # 한 증권사의 VIP 고객인 A씨는 국내 저금리로 인해 고민이다. 은행 예금은 물론 채권투자도 만족할만한 수익률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우량 회사채를 골라봐도 2%대밖에 안된다. 이런 고민을 아는 PB가 미국 장기 회사채 투자를 권했다.
PB가 권한 미국 장기 회사채는 표면이자율 3.5%∼4%인 10년∼20년 만기다.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을 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게 위험 요소였다. 하지만 안정적인 장기 투자라는 점에 무게를 뒀다. 미국 투자등급 채권이 과거 10년간 평균 수익률 5.8%를 기록했고, 중국 경기 불안으로 미국 금리 인상 압력이 낮아진 점도 고려했다.
고액자산가들이 미국 장기 회사채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A씨처럼 국내 금리수준에 만족을 못하는 안정지향적인 투자자들이 미세하지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
펩시콜라, 필립모리스, 듀크에너지, 버크셔해서웨이, JP모건체이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우량기업들의 회사채가 연 3%대 이자를 지급한다. 웰스파고의 이자율은 4.48%에 달한다.
미국이 지난해말 금리 인상을 시작했음에도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달러화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우량 회사채 금리도 예상과 달리 안정적인 흐름을 계속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부터 국내 주요 증권사에 미국 장기 회사채 투자 관련 고액자산가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3~2014년 미국 하이일드(고수익) 채권이 각광받은 후 지난해부터 환매기에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새해에 고액자산가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미국 장기 우량회사채가 떠오르는 셈이다.
일명 정크(쓰레기) 채권으로 불리는 하이일드 채권은 신용등급이 BB+ 이하로 위험이 큰 대신 고금리를 제공한다. 선진국의 경기와 기업실적이 2013년 이후 회복되면서 이 같은 정크채권을 묶어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유가급락·세계경기 불확실성 확대·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하이일드 채권시장이 빠르게 냉각됐다. 고액자산가들은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우량한 미국 장기 회사채가 관심을 받는 것이다.
유안타증권 상품기획팀 관계자는 "환율 문제·장기투자·신용리스크 등을 감안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고액자산가들이 문의를 하고 있다"며 "대부분 사모형태의 소수 전문 투자자들이 작년 하반기 이후 요청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회사채의 경우 장기물이 별로 없다"며 "안정적인 투자등급의 회사채 금리는 낮다"고 지적했다.
신환종 NH농협증권 FICC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분석팀장도 "국내 10년 이상의 장기채 금리는 2%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지만 미국의 경우 3.5%∼4% 수준"이라며 "고액 자산가들이 주식 등 많은 투자처들의 수익률 저하로 대체 투차처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시점에서 미국 장기 회사채 투자에 나서는 고액 투자자들은 업종별 선별적인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팀장은 "미국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금융 업종은 과거에도 타 섹터 대비 낮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안정적인 채권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에너지, 통신은 신용 스프레드 확대로 현시점에서 밸류에이션 상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필수소비재의 대표적인 장기(10년∼12년 기준) 회사채는 펩시콜라(채권의 표면 이자율 3.5%), 필립모리스(3.375%) 정도다. 유틸리티 업종에서는 듀크에너지(3.75∼3.95%), WEC 에너지그룹(3.55%) 등을 꼽을 수 있다. 금융업에선 버크셔해서웨이(3.5%∼5%), JP모건체이스(3.2%∼4.25%), 웰스파고(4.480%) 등이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