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엇박자에 英 파운드 상승 탄력 기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주 일본은행(BOJ)의 예기치 않은 마이너스 금리 시행에 엔화 강세에 베팅했던 트레이더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최근 엔화 상승 포지션이 4년래 최고치에 이른 만큼 BOJ의 깜짝 행보에 따른 투자자들의 ‘출혈’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영국 파운드화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시행에 따라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 엇박자가 파운드화의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엔화 <출처=뉴시스>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상이 지극히 점진적일 것으로 보이는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오는 3월 또 한 차례 통화정책 완화가 예상돼 파운드화의 강세를 점치는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1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소(CFTC)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엔화 순매수 포지션이 5만26계약으로 2012년 2월7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헤지펀드를 필두로 투기거래자들은 5주 연속 엔화 상승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확대했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
하지만 BOJ가 뜻밖의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엔화가 가파르게 하락, 투기거래자들은 속수무책 눈덩이 손실을 떠안았다.
트레이더들이 혼란을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이날 RBC 캐피탈 마켓은 BOJ의 마이너스 금리 시행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근거로 엔화에 대한 파운드화 상승에 베팅할 것을 권고했다.
엔/달러 환율이 121엔 선을 뚫고 오르는 등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것으로 RBC는 판단하고 있다.
엔화 강세에 겨냥한 포지션이 아직 충분히 청산되지 않았고, 이는 잠재적인 하락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반면 영국 영란은행(BOE)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파운드화의 상승 여지를 높이는 것이라고 RBC는 주장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영국 국채시장은 BOE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50%로 점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했던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하지만 RBC는 BOE의 통화정책 향방에 대한 투자자들의 예상이 빗나가면서 파운드화가 강세를 보일 여지가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엔화에 대한 파운드화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173엔 내외에서 움직이는 파운드/엔 환율이 일차적으로 176엔까지 오를 것으로 RBC는 예상했다.
반면 ECB는 BOJ에 편승해 오는 3월 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을 단행할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이 때문에 독일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0.32%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로 밀렸고, 7년물 수익률 역시 신저가인 마이너스 0.10%를 기록했다.
저스틴 나이트 UBS 채권 전략가는 “최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됐지만 독일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떨어진 것은 ECB의 통화완화 가능성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메르츠 방크는 최근 경제 지표 부진과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3월 회의에서 ECB가 부양책을 추가로 단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BOJ에 못지 않은 ‘서프라이즈’를 연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채 매수가 활발한 것은 연준이 긴축 속도를 더욱 늦출 것이라는 기대가 깔린 결과로 해석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