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산유국 재정난 극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요사이 밤잠을 설친다고 털어놓았다.
그를 긴장하게 하는 사안들 가운데 1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저임금 국가들이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가 저유가에 따른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세계은행(WB)과 아프리카개발은행(ADB)에 35억달러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곳곳에서 적신호가 불거졌기 때문.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출처=블룸버그통신> |
2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주말 웨슬리 대학에서 경제 개혁을 주제로 강의를 하던 중 여담으로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나이지리아는 전체 수출의 90%와 정부 수입의 60%를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며 “상황이 나이지리아와 같은 산유국들이 심각한 고통을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지리아는 이미 ADB를 포함한 국제 기구에 90억달러에 달하는 융자를 받은 상황이다.
그 밖에 산유국도 실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제르바이잔은 최대 40억달러의 긴급 자금 확보에 나섰다. 이와 관련, IMF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금융위기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같이 중국이나 그 밖에 다른 국가로부터 원조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금융시스템이 무너질 위기다.
경제 석학들과 투자자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을 때 산유국들이 오일 머니를 부적절하게 운용한 데 따라 위기에 대한 저항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경제 구조 개혁이 이들 국가에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하지만 개혁을 단행하더라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긴급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유가 폭락에 다급한 상황을 맞은 것은 유럽과 중동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장기 저유가에 정부의 ‘돈줄’이 마비되면서 7개 대형 국영기업의 지분을 매각,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러시아철도공사와 최대 조선사인 소프콜플로트, VTB은행 등이 지분 매각 대상에 포함됐고, 외국인 투자자도 참여 기회가 열렸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사상 처음으로 해외 채권 발행에 나설 계획이지만 유가가 바닥권으로 떨어진 데 따라 벌써 회의적인 시각이 번지고 있다.
유가 하락이 멈추지 않는 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높고, 여기에 사우디 아라비아의 재정건전성까지 악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지적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6400억달러로 하락, 2014년 7370억달러에서 대폭 줄어들었다. 설상가상 달러 페그제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는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자국 통화인 리얄화 표시 채권을 약 40억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국내 채권 발행은 2007년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달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사우디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플러스로 낮춰 잡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