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ETF 자금유입 과도…차트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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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옫들어 안전자산 인기에 거침없는 금 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랠리 한계가 머지 않았다는 경고음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상황과 주춤해진 달러 강세, 글로벌 증시 폭락장 등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리스크 회피 심리가 빠르게 번지면서 금 값은 올 들어서만 17%나 되는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지난 24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4월물 가격은 온스당 1239.10달러를 기록했고, 현물 가격은 장중 1252.91달러까지 올라 지난 11일 기록했던 1년래 고점인 1260.6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달러가 통화바스켓 대비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대개 달러와 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금값이 오름세를 지속했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다소 흐려진 탓에 금값 추가 상승 전망이 고조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다소 진정되고 있어 조만간 랠리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란 전망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주목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술적으로 추가 상승에 한계가 올만큼 오름 속도가 지나쳤다는 점도 금 랠리 한계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런던 상품중개회사 마렉스 스펙트론 귀금속 거래대표 데이빗 고벳은 "금값이 더 오를 것 같지 않다"며 외부 변수가 비교적 정적으로 유지된다면 금값 상승세는 수명을 다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금 랠리, 위태로운 까닭은?
최근 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데는 단순히 투자자들의 불안심리 확산 외에도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몰린 점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23일 기준 금ETF 보유규모는 1666.15톤으로 작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보다 앞서 19일에는 2011년 8월 이후 최대 일일 유입량을 기록했으며,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골드트러스트로 올 들어 유입된 자산 규모는 이미 작년 한 해 유출량을 넘어선 상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의 추세를 보면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높아지던 시기에 밀물처럼 들어온 투자금은 이후 순식간에 빠져나간 경우가 많아 이번 역시 갑작스런 자금 유출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는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와 금 값 추이를 비교하며 현재 가격이 과매수 상태에 진입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개 VIX와 방향을 같이 하는 금 가격이 최근에는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VIX지수, 금 현물가격 한 달 추이 비교<출처=블룸버그> |
금 값이 1241달러까지 오르며 고점을 찍었던 이달 11일 28.14까지 올랐던 VIX 지수는 24일 현재 20.72까지 내려왔지만 금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장기 금 수요가 부실하다는 점도 금 가격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코메르츠방크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금 소비국인 인도에서 최근 금 가격 상승으로 실물 수요가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기술 분석가 세줄 고칼은 차트상 금 랠리가 힘을 잃고 있다면서, 당장 21일 이동평균선인 1185달러와 작년 12월부터 올 2월 사이 피보나치 되돌림을 적용한 가격인 1181달러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떨어진다" 외치는 IB들
금 랠리 경계론은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캐피탈이코노믹스 상품 이코노미스트 시모나 감바리니는 "현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지속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올 연말 금 가격은 온스당 1200달러로 지금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리스크 우려가 단기적으로 금값을 끌어 올리겠지만 경제 상황이 침체를 우려할 만큼 암울하지 않으며 연준도 긴축이라는 큰 그림에서는 벗어나지 않을 것인 만큼 결국에는 금 가격이 아래를 향할 것으로 점쳤다.
골드만삭스는 금값 3개월 전망으로 1100달러를, 12개월 전망치로 1000달러를 제시했다.
BNP파리바 글로벌 상품전략 대표 해리 칠린궈리안은 금 가격이 온스당 1000달러 밑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위안화 평가절하 전망도 대폭 줄었고 중국증시도 1월 저점에서 반등했다"며 "금 값을 끌어 올렸던 변수들이 지금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